여러 사정으로 몇 달간 우리 집에서 지내게 된 5살, 3살 두 남매 손주들과 함께 생활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부모와 떨어진 아이들이 상처가 생기면 어쩌나 싶어 각별히 신경 쓰며 보살피고 있는데, 생각보다 아주 잘 지내고 있어 한편으론 고맙다.
잠자리부터 시작해 씻기고 먹이고 입히는 일 외에도 등원과 배변 훈련, 한글 익히기, 뭐든 스스로 하는 습관과 적당한 놀이 등을 통해 우리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 새롭고 재미있고 행복하길 바라며 남편과 함께 힘을 다하고 있다.
식성이 다른 두 아이의 원하는 식사가 대부분 각각이라, 오늘 아침도 손녀는 구운 식빵에 잼을 바르고 설탕을 살짝 뿌려 두유와 함께 먹었고, 손자는 요플레, 건포도, 구운 식빵 조금 그리고 사과로 식사를 했다. 젊은 시절 딸내미 머리는 묶어주기 어려워 단발을 시켰음에도 손녀 머리는 곱게 묶고 땋아주고 있으니 내가 변한 건지 아니면 딸에게 미안해야 하는 건지...
하원 후에는 남편과 함께 근처 천변으로 벚꽃놀이도 가고, 놀이터에서 한바탕 놀기도 한 후 집으로 돌아와 저녁 식사를 하고, 한글 공부도 하며, 때로는 나와 함께 간단한 요리 놀이도 한다.
지난 주말에는 기차 타고 증조할머니집에 가면서 차창 밖 풍경도 보고 전철도 탔고, 엊그제는 주택에 사는 남편 친구의 봄놀이 모임에 같이 다녀오면서, 마중 나온 주인집 할아버지께 '다음에 또 올게요' 하며 바람도 잡았다.
한 달 만에 기저귀를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 3살 손자와 한글 자모를 거의 익힌 손녀. 그 귀여운 아이들과 24시간 밀착 생활을 하다 보니 나와 남편의 스케줄은 모두 아이들에게 맞춰 돌아가고 있는데, 이런 황혼(?) 육아 덕에 체력은 좀 달리지만, 남편과 나는 웃음과 대화가 훨씬 많아졌다.
어쩌면, 손주들과 살을 비비며 살고 있는 지금이, 직장인으로 늘 바빴던 젊은 시절, 내 아이들에게 미안했던 어느 부분을 보상하시는 하나님의 섭리인 것 같아 오늘도 최선을 다해 손주들을 사랑하고 보살피겠다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