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

엄마처럼~

신실하심 2024. 4. 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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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돌미나리를 많이 가지고 왔는데, 깨끗이 다듬어 놓을 테니 교회든 급식소든 가져가 사용하라셔서 오후 출근 전에 급히 다녀왔는데, 볕이 좋아 마당에 나와 잡초를 뽑고 계시는 엄마를 뵈니, 눈물 나게 감사하다. 
 
만으로 구십이 넘은 후로는 기력이 쇠해지시는게 보여 바람 불면 감기 걸리실까, 누워 계시면 다시 일어나지 못하실까 늘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죽어가는 꽃들을 살리는 특별한 재주 덕에 엄마 집 화분들은 대부분 죽을 위기를 넘긴 것들인데, 볕 좋은 오늘도 죽을 뻔한 증손녀의 화분을 보살피고 계셨다.
 
가져간 반찬들을 정리하고 나오는데, 거실 테이블 위에 지난주와 다른 책이 펼쳐져 있었다. 남동생이 출장 가기 전 엄마 보시라고 갖다 드린 5권의 책 중 마지막 한 권을 독서 중이라 하셨다. 귀가 어두워지셨으니, 글로 머리를 밝히시라고 늘 책을 보내오고 가져가는 남동생 덕에 엄마의 머릿속 지식 창고는 치매가 들어앉을 자리가 없이 빡빡하게 차 있는 듯하다. 
 
돌아가는 길. 엄마가 문 밖까지 마중을 나와 주셨다. 따뜻해진 봄볕 덕에 엄마의 마중까지 받게 되었으니, 볕에게 고맙다고 해야 하나?

 

이제는 언제 죽어도 아까울 게 없다시며 구부러진 허리로 홀로 사시지만 누구에게도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인생을 스스로 만들며 사시는 구순 노모의 삶.  


나의 생의 끝이 어디일지 모르나 나의 노후도 엄마 같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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