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8

기분 좋은 선물

언젠가부터 증조할머니의 텃밭에서 따 온 채소들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교회 유치부 선생님들께 갖다 드리기 시작한 꼬맹이 손녀. 지난주에는 반짝이는 호박 한 개를 선생님께 갖다 드리겠다며 봉투에 넣어달란다. 마침 한글을 공부 중이어서, 봉투에 몇 자 적으라 했더니 '기분이 조은 선생님'이라 쓰면서 유치부 부장 선생님께 드릴 거란다. 좋아 보이는 것, 예쁘게 생긴 것을 나누어 드리고 싶다는 꼬맹이의 예쁜 마음이 기특해 엉덩이를 두드려주었더니 본인도 기분이 꽤 좋은 모양. 지금은 욕심도 부리고 동생과 싸우기도 하며, 짜증과 떼를 많이 부리는 어린 나이이지만, 이렇게 좋은 마음과 생각이 점점 불어나 마침내 나쁜 마음을 거뜬히 물리칠 수 있는 건강하고 지혜로운  아이로 씩씩하게 자라길 기도했다.   ' 선한 사람은..

태풍이 와도

초속 49m나 되는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에 상륙해 내륙인 엄마 집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난 주말 엄마 집 현관 앞에는 담벼락에 매달려 누렇게 익어가던 늙은 호박들이 단박에 떨어져 나간 것. 좀 더 매달려 있었으면 더 맛있게 익어 먹는 이의 미각을 더욱 즐겁게 해 주었을 텐데. 흙투성이에 골절된(?) 늙은 호박들이 사납게 몰아친 태풍을 원망하는 듯하다. 그런데 텃밭 한 켠에 생뚱맞게 상추 몇 뿌리가 푸릇푸릇 올라와 싱그러운 초록으로 사람을 반긴다. 웬 가을 상추? 엄마 말씀이 어디선가 날아온 상추씨앗이란다. 먼지같이 작은 씨앗 몇 톨이 폭염과 폭우를 딛고 땅 속에서부 터 생명을 뿜어 우리 눈 앞에 씩씩하게 서 있는 것이다. 아직은 어려서 뜯어 먹기에 민망하지만, 한주 정도 지나면 꽤 쌉쌀한 맛을 낼 정도로..

89세 노모의 여름

농작물에게 여름 햇살과 여름 비는 생명 그 자체이다. 지금 엄마의 텃밭은 뜨거운 햇살과 장맛비 덕에 온통 강렬하고 싱싱한 초록 채소 바다로 변신하는 중이다. 이웃집 고구마 모종은 잘도 크는데, 우리 것은 너무 지질하다고 한숨 쉬시다가도, 여름 비 한번 줄줄 내려오면 새들 배들 연약했던 줄기들이 통통하게 살이 올라 솎아달라는 아우성에 고부라진 허리를 곧추 세우시고 줄기를 솎아내시느라 여념이 없으신 89세 노모이시다. 또한 사방이 먹을거리인 여름 채소밭은 손님들 손에 들려보낼 먹을거리가 많아 노모의 손이 바빠 즐거운 비명소리로 가득하다. 고구마 줄기 솎아내 껍질 벗기고, 적당한 길이로 잘라 봉투에 넣고, 여린 호박잎 몇 잎 따서 까슬까슬한 줄기 껍질을 벗겨 또 한 봉투 담으시고, 장맛비에 옆으로 쓰러진 상추..

어지간한 알타리 정도 자란 무가 달린 무청 김치(3차 무청 김치)

토양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심은 무씨가 매주 눈에 띄게 자라는 모습을 보는 것이 엄마 텃밭의 가을이 즐거워지는 이유 중 하나다. 어제는 무씨를 뿌린 지 6주차. 어느 새 알타리 무 만큼 자라 흙을 뚫고 나온 무가 오똑하게 서 있다. 에구 기특해라~~~. 조금 더 자라면 옆의 녀석들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