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 146

육아는 나의 사명

잠시 맡아 키우고 있는 4번째 손녀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막내딸의 초등 입학 후 30년쯤 지난 시점이라 학교시스템도 많이 바뀌고 학부형들도 자식 또래라, 모든 게 생소해 내가 오히려 긴장이 되었다.하지만, 손녀가 생각보다 학교에 적응을 잘해 급식도 잘 먹고 친구도 꽤 사귄 것 같아 그나마 한시름이 놓인다. 요즘 등교시킬 때 가장 어려운 건 등교룩(Look).걸어서 다니는 등교 길에는 초등, 중등 언니들이 많은데, 유난히 눈이 빠르고 예쁜 것과 독특한 것 등을 빨리 받아들이는 손녀의 입장에서는 신세계에 입문한 것 같은지 아침마다 입고 갈 옷 때문에 나와 작은 실랑이가 벌어진다. 웬만하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해 옷을 입히지만, 아직도 찬 바람이 부는데 짧은 반바지를 입겠다거나, 스타킹을 신지 않고 양..

가족으로 ~ 2025.03.29

재야의 매직 손

남편이 내게 가져오면서 처리를 해달라고 내민 그의 최애 스웨터.왼쪽 손목 부분이 시계와의 마찰로 실밥이 터졌다.다른 집 같으면 벌써 쓰레기통으로 직행이겠지만, 우리 집에서는 어림도 없는 일.이 정도는 코바늘만 있으면 바로 해결이 될 터인데 찾아도 찾아도 코바늘이 나타나지 않았다.​주말에 엄마 집에 가져가니, 스웨터를 받자마자 코바늘을 찾아 실뜨기를 하시는 엄마. 옷 색깔과 같은 실이 없어 자주색과 잘 맞는 검은색 털실로 양 손목과 몸통 아랫부분을 돌아가며 뜨게를 하셨다.​기력이 점차 떨어진 듯하셔도 자식 것이라면 어디서 힘이 나시는지, 젊은이 마냥 씩씩하게 문제를 해결해 놓으시는 엄마. 그 엄마의 손가락은 마디마다 굵은 옹이가 박혀 있다. ​주무실 때 빼고는 거의 쉬는 때가 없었던 엄마의 손이 구순이 넘..

가족으로 ~ 2025.03.25

노모의 94번째 봄

아버지와 사별하신 후 도시생활을 접고 텃밭 생활을 시작하신 때가 엄마 연세 78세.나와 남편이 엄마 집을 방문하기 시작한 건 그후 2년 부터였다.덕분에 엄마의 80대 이후의 삶에 몸으로 은혜를 갚게 된 지도 벌써 햇수로 16년째.게다가 작년부터는 함께 살고 있는 손주 둘과 함께 방문하면서 엄마의 토요일은 한층 화려해졌는데...매주 토요일 아침. 서둘러 준비해 엄마 집에 도착하면 오전 11시경. 나는 주방에서 점심 준비를 하기 시작하면 꼬맹이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숨바꼭질도 하고 노할머니 휠체어도 끌고 다니며 종횡무진 뛰어다니는데, 이런 모습들을 바라보는 엄마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번진다. 귀가 어두우신 노할머니께는 귀에 대고 큰 소리로 말할 줄도 알고, 편찮으신 할머니가 죽을 잡수시면 자기들도 같은 ..

가족으로 ~ 2025.03.04

손주들과 함께 한 특별한 하루, 눈밭을 뒹굴다

구정 연휴.하늘에서 펑펑 내리는 눈을 보며 남편과 나는 손주 둘과 함께 특별한 하루를 보내기로 하고 대전 동구 상소동 어린이 눈썰매장을 찾았다. 도우미 요원들의 안내에 따라 혼자 또는 어른들과 함께 타는 고무튜브 썰매를 타고 또 타는 손주들.​지치지 않도록 줄 서는 동안 간식을 먹고 쉬지 않고 오르내리며 썰매를 타는 손주들의 웃음소리가 눈밭에 가득했다.  오전 2시간 동안의 눈썰매 타기가 종료된 후, 아쉬운 지 더 타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기쁨을 이어주고 싶어, 우리는 즉흥적으로 무주 스키장으로 향했다.겨울왕국처럼 새하얗게 덮인 설경 속으로 떠나는 길은 설렘으로 가득했다. 무주 스키장에 도착해 케이블카를 타고 덕유산 정상의 눈밭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는지 이미 티켓이 매진되어..

가족으로 ~ 2025.02.19

씽씽이 자가용

늦게 환해지는 겨울 아침의 아이들 등원 시간은 아침 8시 7분.그러다 보니, 겨울철 아침 등원은 애나 어른이나 무척 어렵게 느껴지는데...새로운 기분으로 등원하고, 시간도 조금 단축될 것을 기대하며 애들에게 씽씽카 타고 가면 어떨까 물었더니 다들 함성을 지른다. '좋아요!!!!!'그런데 웬걸. 씽씽카 가지고 내려와야지, 장갑 껴야지, 경사로에서 붙잡아줘야지... 생각지도 못한 돌발 사항이 여러 가지라 제시간에 등원시키려는 나는 아침마다 애가 탄다. 그나마 눈이 오지 않는 날은 비교적 수월한데, 눈 온 날에도 굳이 씽씽카를 타겠다는 아이들의 고집을 꺾을 수 없어, 씽씽카를 가지고 나갔다가 결국, 가방 2개에 씽씽카 2개까지 내가 간수해야 할 물건만 배로 늘어났다. 이 와중에 눈 쌓였다고 자가용 씽싱카..

가족으로 ~ 2025.02.14

옥돌 해변 돌멩이

몇 주 전 토요일.꼬맹이 손주 둘과 미국에서 오신 그들의 외할아버지와 함께 선유도에 다녀왔다.겨울임에도 포근한 날씨 덕분에 애들은 벌써부터 겉옷을 벗어버리고 이리저리 망아지처럼 뛰어다닌다. 사돈의 친척댁에 짐을 풀고 선유도 옥돌해변에 나갔더니 보들보들 납작납작한 예쁜 돌들이 지천이다. 남편이 작은 돌멩이를 물가로 던지니 폭. 폭. 폭. 물 위를 튀기며 멀리 날아가는 돌멩이.두 손주들도 할아버지를 따라 돌멩이를 던진다. 큰 애는 돌멩이 위에 누워 하늘과 바람과 햇빛을 음미하는데 작은 애는 던지기에 끝을 보려나보다.​배가 고플 텐데도도무지 자리를 떠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환기를 시킬 겸, '얘들아~ 노할머니가 예쁜 돌멩이를 좋아하셔~~ 몇 개만 골라 봐~~~' 했더니그제야, 돌멩이 찾기로 돌아섰다.​'이..

가족으로 ~ 2025.02.05

미국에서 온 손주들의 특별한 설날

새해 전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통 하얀 세상이 되어 있었다. 설을 쇠러 증조할머니댁으로 가야 하는데, 잠시 망설이다 천천히 가기로 했다.2시간 여 만에 펑펑 내리는 눈보라를 뚫고 꼬맹이 손주 둘과 증조할머니 댁에 도착했다.귀향객들이 많고 눈이 많이 와 운전 시간은 계속 늘어나 오시기로 한 종조할머니들(나의 동생들)이 도착하지 않아 손주들은 애꿎게도 나에게만 성화를 하다 한밤 중에 도착한 할머니들과 아쉬운 대로 마당에서 눈을 치우며 한바탕 놀았다.설날 아침.식구들은 떡국에 넣을 만두를 빚어, 각종 나물들과 나박김치, 갈비찜, 녹두전과 깻잎전 등으로 차려진 떡만둣국 아침상을 맛있게 먹었다.  이제는 세배할 순서.손자와 손녀가 고운 한복을 차려 입고, 손녀는 증조할머니가 직접 수놓아 만들어주신 배시 댕기와..

가족으로 ~ 2025.02.01

재밌고♥맛있고♥건강한 한 끼 먹이기

좋아하는 음식이 너무 다른 남매 손주들.햄과 계란을 좋아하는 손자와 채소를 좋아하는 손녀에게 서로 부족한 식품들을 보충하려고 시작한 음식이 바로 김밥. 1년 전, 우리 집에 처음 왔을 때에는 둘 다 구운 김에 밥을 싸서 먹는 것만 김밥이라고 여겼던 아이들인데...하지만, 나는 영양 선생!처음에는 당근, 시금치, 숙주 등 채소를 좋아하는 손녀에게는 좋아하는 나물을 하나씩 넣은 아기 김밥을, 손자에게는 계란과 햄을 하나씩 넣은 아기 김밥을 연습시켰고, 조금 지나서는 김밥 재료들을 모두 접시에 담고 원하는 대로 스스로 싸서 먹는 오픈 김밥을 먹도록 했는데, 나와 남편이 옆에서 예쁜 색깔 재료를 많이 넣어 한꺼번에 김밥을 먹으며 엄청 맛있다... 아삭아삭 소리도 난다... 향기가 좋다... 등등 추임새를 넣어줬..

가족으로 ~ 2025.01.22

패션 kid

공주를 무척 좋아하는 꼬맹이 손녀.얼마 전부터 외모에 부쩍 관심이 생겼는데...​잠자리에 들기 전 세수하고 나면 로션을 하얗게 바르고 립밤까지 칠하곤 우리에게 '나 예쁘죠?' 묻는다.사실 어릴 적 딸애는 손위 오빠들 영향인지 사내 같았기에 손녀의 이런 행동이 조금 낯설기는 하지만 귀엽기도 해서 '어엄청~~ 예쁘네!!!' 맞장구를 쳐주면 기분 좋게 잠자리에 들어간다. 내복을 입히면 목을 벌려 양팔을 내놓은 후, 내복 팔을 자기 팔에 빙빙 둘러 앞에서 묶어주면 어깨와 쇄골이 드러난 이브닝드레스를 입은 듯한지 거울을 보고 열심히 다양한 몸짓을 하며 가장 맘에 드는 포즈를 취하면서 스스로 공주 같은 느낌을 받는 모양인데, 머리에 큰 꽃핀을 꽂고, 내복 아래쪽을 배꼽 위로 올려 스스로 '자스민 공주'라고 한다. ..

가족으로 ~ 2025.0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