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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옷 속을 파고 들어 겨울보다 더 춥게 느껴져도, 시간은 점점 더 봄을 향해 달린다.
엄마네 텃밭 한쪽에 겨우내 씌워 놨던 양파밭 비닐을 벗기니 냉이 천지다. 그것도 야들야들 먹기 좋은 연한 녀석들로만... 양파밭? 냉이밭?
양파가 내어 준 땅에 냉이가 주인처럼 앉았다.
양파 싹 남겨두고 조심해서 냉이를 캐라는 엄마의 엄명에 쪼그리고 앉아 한 뿌리씩 뽑는데, 영 진도가 나가질 않는다.
바람이 세서 손까지 시려워 남은 한 이랑은 다음 주에 캐기로 하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향긋한 봄 냄새가 거실에 가득하다.
다듬은 냉이를 씻어 냉이국을 끓이고, 일부는 데쳐 초무침과 소금무침을 만들어 상에 올렸다.
오랜만에 봄을 실컷 먹었더니 코 앞에 봄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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