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노모(老母)의 낭만(浪漫)

신실하심 2023. 11. 20.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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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텃밭 정원을 가꾸며 천국에서 사신다는 엄마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본지 올해로 14년 째.

 

도시인이던 내가 늙그막한 나이에 텃밭 속 식물들과 친밀한 교감을 나누게 된 것도 순전히 엄마의 텃밭 세상 덕분인데, 꼬부랑 노인이 되신 지금도, 텃밭의 작은 것 하나 버리거나 놓치지 않고 예쁘다 보듬으며 소박한 아름다움을 찾아 스스로 즐기며 사시는 엄마.

 

그 엄마가 날이 추워져 수(壽)를 다해가는 텃밭 정원의 식물들을 거둬 따뜻한 집 안으로 들여놓으셨다.

 

 

빨강, 분홍, 다홍의 백일홍을 스텐컵에 예쁘게 꽂아 부엌 싱크대 위 창문 턱에 올려놓고 부엌을 드나드실 때마다 눈길을 주며 '예쁘다, 곱다' 하신다.

 

얼마 전에는 너무 잘 자라 옆의 화초를 침략하는 콜레우스와 시들어가는 금송화와 백일홍 몇 대를 꺾어 유리컵에 꽂아놓으셨는데, 생을 다할 때까지 오며가며 바라봐 주는 주인의 품 안에서 사랑받다 지는 이 꽃들은 얼마나 복받은 녀석들인지.

 

이처럼 91세 노구에도 자식이든 식물이든 힘을 다해 사랑하며 사시는 노모의 삶을, 나는, 낭만(浪漫)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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