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작은 텃밭 정원을 가꾸며 천국에서 사신다는 엄마의 삶을 가까이 들여다본지 올해로 14년 째.
도시인이던 내가 늙그막한 나이에 텃밭 속 식물들과 친밀한 교감을 나누게 된 것도 순전히 엄마의 텃밭 세상 덕분인데, 꼬부랑 노인이 되신 지금도, 텃밭의 작은 것 하나 버리거나 놓치지 않고 예쁘다 보듬으며 소박한 아름다움을 찾아 스스로 즐기며 사시는 엄마.
그 엄마가 날이 추워져 수(壽)를 다해가는 텃밭 정원의 식물들을 거둬 따뜻한 집 안으로 들여놓으셨다.
빨강, 분홍, 다홍의 백일홍을 스텐컵에 예쁘게 꽂아 부엌 싱크대 위 창문 턱에 올려놓고 부엌을 드나드실 때마다 눈길을 주며 '예쁘다, 곱다' 하신다.
얼마 전에는 너무 잘 자라 옆의 화초를 침략하는 콜레우스와 시들어가는 금송화와 백일홍 몇 대를 꺾어 유리컵에 꽂아놓으셨는데, 생을 다할 때까지 오며가며 바라봐 주는 주인의 품 안에서 사랑받다 지는 이 꽃들은 얼마나 복받은 녀석들인지.
이처럼 91세 노구에도 자식이든 식물이든 힘을 다해 사랑하며 사시는 노모의 삶을, 나는, 낭만(浪漫)이라고 부른다.
'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파 밭의 봄 냉이 (0) | 2024.03.07 |
---|---|
텃밭 무청 시래기 된장국 (0) | 2023.11.20 |
여전히 꽃밭 (0) | 2023.10.30 |
이모작 봉숭아 (0) | 2023.10.30 |
고개 숙인 무청 (0) | 2023.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