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세월의 정(情)

신실하심 2024. 4. 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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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센 바람이 불어도 텃밭을 보면 봄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있다.

 

여전히 옷소매를 여며야 추위를 덜 느끼는 3월 중순, 텃밭 여기저기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봄나물과 마주쳤다.

 

냉이는 이미 꽃이 펴서 먹을 때가 지났고, 달래도 포기를 불려 수북이 자라고, 좀 있으면 주황색 꽃을 피울 원추리도 싹이 자라 얼른 잘라내지 않으면 나물로 먹을 수 없게 생겼다.

 

게다가, 겨우내 억센 칼바람을 견뎌 내려고 웅크리고 있던 시금치가 자기 세상을 만나 씩씩하게 크는데, 존재감이 없던 돈나물(=돗나물)까지 어느새 푸른빛을 띠며 땅바닥을 새파랗게 수놓고 있다.

 

대부분이 잡초처럼 보여 그리 눈길이 가지 않는 풀들이지만, 엄마의 텃밭을 드나든 세월이 15년 쯤 되고 보니,  그냥 적당히 둘러봐도 모두 눈에 쏙 들어오는 걸 보면 텃밭 나물이나 나나 그새 정이 푹 들었나 보다. 

 

쪼그리고 앉아 달래와 겨울 난 이야기를 하고, 쑥쑥 자라는 원추리에게 언제 이리 컸냐고 격려도 하고, 여린 쑥잎에게는 다음 주에 뜯기로 약속을 했으며, 다닥다닥 붙어 있는 시금치가 불편해 보여 편하게 앉으라고 중간중간 솎아주었더니 편안한 숨을 쉬는 듯했다.

 

이렇게 봄나물과 얘기를 주고받다 텃밭의 봄이 어느 새, 나의 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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