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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펑펑 쏟아지던 날.
1932년생 엄마의 91세 생신을 축하하러 자손들이 모였다.
오 남매 중 4남매와 손주대표 1명, 증손주 대표 1명 등 4대가 모여 맛있는 음식도 먹고, 오랜만에 두런두런 옛날이야기도 하고...
흩어져 사는 형제들이 적어도 일년에 두어 번씩 얼굴을 볼 수 있는 것도 엄마가 살아계신 덕분이라, 엄마의 생신날은 하나님이 자손들에게 주시는 은총의 날이기도 하다.
올 한 해, 엄마는 노구를 이끌고서도 텃밭 주인의 역할을 충실히 하셔서 감과 고구마 그리고 무까지 자손들에게 적당히 나눠주실 만큼 수확을 하셨고, 얼마 전에는 11번째 증손주까지 보셨으니, 그만하면 떠나가는 토끼해가 아쉽지 않으실 듯하다.
엄마 생신이 지나고 조금 후면 동지라 점차 낮 길이도 길어져 새해의 두 달 정도만 보내면 또다시 봄.
구순 넘으신 엄마의 세월은 벌써 피고 지는 텃밭 생물들을 만날 봄을 향해 가고 있으니, 엄마에게 나이는 사라지고 텃밭의 사계만 남아 있는 듯하다.
사실, 70이 다 되도록 부를 수 있는 엄마가 곁에 계시다는 것 자체가 은혜인데, 어쩌다 보니, 나도 나이를 잊은 채 엄마와 함께 텃밭의 봄을 보고파 새해를 기다리니, 점점 더 엄마처럼 살고 있는 내가 참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