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

엄마 일감

신실하심 2023. 10. 1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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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심심하죠?'

느닷없는 내 물음에 

'아니~ 나 안 심심해~~~'

하시는 엄마께,

'심심하실까 봐 일감 하나 가져왔어요~~'

'또, 뭐...???'

 

얼마 전, 책장 속에 올려놓은 잡동사니가 눈에 거슬려서 만든 헝겊 가리개 두 쪽을 내놓으며, 적당한 수를  놓아달라고 요청하는데,

 

엄마 말씀. '지금은 더워서 못해~ 그리고 수본도 없어~~'

'엄마~ 시간날 때 천천히~~ 급하지 않아요~~'

 

난 안다. 이런 숙제를 놓고 가면 구순 노인은 즉시 어떤 모양으로 수를 놓을까 종이에 그리고 지우며 궁리하시다, 한 두 주 후에는 반드시 완성해 놓으시는 것을.ㅎ

 

이 헝겊 가리개도 그렇게 수가 놓아졌다. 처음에는 아래쪽에만 수를 놓으셨길래 위에도 놓아주십사 요청했더니, 말로는 그냥 해~ 하시면서도 이미 손으로는 수놓을 문양을 그리고 계셨다.

 

이렇게 간간이 구순 노인께 일감을 드리는 딸의 마음은 그저 엄마가 여전히 자식에게 필요한 존재임을 느끼시며 나이를 뛰어넘어 자신의 일상을 열심히 사시길 바라기 때문인데, 지금 울 엄마가 그리 살고 계시다. 

 

참으로 경이로운 어른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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