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왜 자꾸 싸운다니? 성경에는 이들의 조상이 아브라함의 배다른 자식들이라고 했는데 도무지 이해가 안 된다... 뉴스에 전쟁 상황이 계속 보도되는데 잘 들리지 않으니 답답하다~~~ 너희 집에 서양사 책이 있으면 가져와라~~'
며칠이 지나면 만으로 91세가 되시는 엄마의 지적 호기심의 정도를 보여주는 명령(?)이다.
엄마의 독서 대상은 호불호가 없어 책장 속의 오래된 책들을 몇 번이나 돌려 읽고 계신데, 남동생은 귀가 잘 들리지 않는 엄마께 책과 더 사이좋게 지내시라고 간간이 몇 권씩 갖다 놓고 간단다.
사실 엄마는 젊어서도 늘 신문과 다양한 책들을 정독하셨는데, 그런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란 형제들도 비교적 책과는 친하게 지내는 편이다.
엄마는 텃밭 생활을 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더워서 텃밭에 나가기 싫으면 책, 추워서 꼼짝 못 하겠어도 책, 편찮으셔서 집 안의 일을 못할 때 누워서도 책을 보셨다.
요새는 눈이 아파 한 번에 석 장 이상 읽기 어렵다면서도, 매 주말 방문할 때마다 읽고 계신 책이 바뀌는 것을 보면 200쪽 정도 되는 책을 적어도 1주일에 1권은 읽으시는 것 같다.
2021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13세 이상 한국인의 1년 평균 독서량이 7권으로, 이와 비교하면 91세 노모의 독서량은 최상위권에 속하지 않을까 하는데, 이런 습관 덕분인지 아직도 정신 연령은 청년 같이 날카로워 어느 누구와 대화해도 막힘이 없으시다. 나도 엄마처럼 늙고 싶다는 강력한 소망이 이는 지점이다.
이 참에,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관계에 대한 책을 구해 나도 읽고, 엄마께도 드려 독서 후기를 함께 나눠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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