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집에는 2013년생부터 2023년생 갓난아기까지 6명의 손주들이 모여 한 달 살이 중이다.
갓난아기야 젖만 먹지만, 나머지 5명의 어린이들의 끼니만 해도 때마다 챙기려면 여간 분주한 게 아닌데, 식성이나 취향도 모두 달라 아침에 뭐 먹을래? 물으면 모두 다른 것을 이야기하니, 어제 아침도 계란밥 2명, 참치김치볶음밥 1명, 당근나물에 김 넣고 비빔밥 1명, 김가루 주먹밥 1명의 주문을 받아 그대로 해주었다.
과일 먹자 그러면 누구는 사과, 누구는 배, 또는 귤, 껍질 깐 포도... 등등 모두 나뉘어서 살짝 정신은 없지만, 뭐 그쯤이야 해 줄 수 있을 때 해 주자 싶어 어지간하면 원하는 대로 해주고 있다. 엄마라면 어림도 없겠지만 할머니라 가능한 너그러움이라 할까?
오늘 점심은 한우 불고기감 재워놓은 게 있어 준비를 하는데, 고기 굽는 냄새에 큰 녀석부터 막내까지 쪼르르 달려와 내 옆에서 입을 벌리고 서 있다, 입에 넣어주는 고기 한 점에 모두 행복한 표정들. 음~~ 엄청 연하고 맛있어요~~~ 감탄사 연발이다.
어른들이 많이 간섭하지 않는 상태에서, 서로 도우며 공부하고, TV도 원하는 것을 돌아가며 시청하면서, 따로 또 같이 놀고먹고 자는 한 달간의 부대낌을 통해, 보이지 않는 연대감과 함께 다툼이 조정되고 협동이 경험되면서 보다 멋진 사람들로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남편과 둘이서만 살던 집에 한꺼번에 늘어난 10명의 한 달 살이 가족들 덕에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쁘지만, 덕분에 으쌰으쌰, 우당탕탕, 깔깔 꼴꼴 명랑한 소리가 집안에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