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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중순을 지나는 요즘, 새벽 수영을 가려고 집을 나서면 사방에서 봄인 줄 알고 짹짹이는 새 울음 소리에 지금이 겨울인가 봄인가 순간 헷갈릴 때가 있다.
엊그제는 낮 최고 기온이 19도를 웃돌아 기상 관측 사상 매년 12월의 그 날 중 최고로 더운 날이었다고 한다.
추위를 타는 연로하신 엄마와 내가 살기에는 춥지 않아 다행이지만, 삼한사온의 겨울 날씨 규칙이 사라지고 눈 대신 비가 오는 포근한 겨울의 시간을 보내려니 이래도 괜찮을까 걱정이 된다.
텃밭에도 이 때 쯤이면 모두 얼어 죽었어야 할 소국 몇 송이가 여전히 생생하게 웃고 있고, 눈에 덮여 성장이 멈춰 있어야 할 시금치가 햇빛을 받아 쑥쑥 자라고 있으니, 얘네들도 나만큼 계절 감각을 잃어버려 정신이 혼미한가 보다.
이렇듯 겨울답지 않은 겨울이 지나고 나면 봄은 또 어떤 모양으로 다가올까? 이러다 계절의 경계가 허물어져 결국엔 삶의 경계까지 무너지는 것은 아닐지...
당장 지구의 종말이 올 것 같은 막연한 두려움이 몰려오는 순간, 기상 예보를 다시 보니 금주 말부터 무척 추워진다는 소식이 눈에 들어왔다.
야호~ 진짜 겨울이 오려나 보다!!!!
추운 건 싫지만, 그래도 겨울은 겨울다워야 한다는 사실이 갑자기 고마워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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