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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이 잠을 자는 겨울, 엄마의 겨울나기 동무 중 하나인 털실 손뜨개질이 다시 가동되었다.
엄마의 손뜨개질 준비는 겨울이 오기 전, 형제들 집에 있던 입지 않거나, 묵은 뜨개옷이나 목도리가 엄마 집으로 이사를 오고 나면서 시작된다.
사실 털실 색이나 실 길이 및 굵기, 원료 등이 모두 달라 어지간하면 버려질 수도 있는 것들이지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쉽게 버리는 건 죄라고 생각하시는 엄마는 실들이 버려지지 않고 새 모습으로 탄생되도록 몇 날을 구상한 후, 뜨개바늘을 잡기 시작하면 작품이 나오기까지 거침이 없이 진행된다.
올해는, A형 독감을 앓으시느라 12월이 되어서야 뜨개질이 시작됐는데, 작품 concept을 목도리로 잡으셨는지 벌써 2개의 목도리를 완성하셨고 그 위에 내가 만든 헝겊 핀을 목도리에 붙이니 좀더 멋진(?) 물건이 되었다.
이제 이 물건들은, 지인의 카페로 옮겨져 상품 진열대에 올라 미지의 주인을 기다리게 될 터인데, 구순 노모와 칠순을 바라보는 두 모녀가 나이듬에 맥없이 주저앉지 않고, 움직일 수 있는 지체를 여전히 가동하며 오늘도 열심히 협업(協業)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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