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호박은 쑥쑥 자라 넝쿨을 걸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나 손을 뻗쳐 가세를 키웠다.
엄마 집 뒤편으로 들어가는 초입까지 웃자란 넝쿨 장미 줄기를 타고 호박 넝쿨이 영역을 넓혀 마치 호박잎 터널인 것처럼 만들어 놓았다.
덕분에 덥기도 하지만, 몸을 굽혀야 겨우 통과할 수 있을 정도라, 여름 내 뒤란에는 들어가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렇게 잎은 무성한데, 정작 호박이 열리지 않아 사실 텃밭 채소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호박을 보면서 성경 속의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가 생각이 났다.
13 멀리서 잎사귀 있는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 그 나무에 무엇이 있을까 하여 가셨더니 가서 보신즉 잎사귀 외에 아무것도 없더라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 14 예수께서 나무에게 말씀하여 이르시되 이제부터 영원토록 사람이 네게서 열매를 따 먹지 못하리라 하시니 제자들이 이를 듣더라(막11:13-14)
성경은 이스라엘을 무화과나무의 첫 열매로 보고 있는데(호세아9:10), 잎만 무성하고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화과가 마치 겉만 번지르르하고 삶의 열매를 맺지 못하는 이스라엘 백성 또는 신앙상태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나는 열매 맺는 삶을 살고 있나?
보이는 곳에서는 입과 혀로 성경 말씀을 현란하게 말하면서 그 말씀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온전히 신뢰하며 말씀대로 걷고 있나?
사랑하고 용서하고 이해하고 덕을 세우고 있나?
겸손한가?
상황과 환경을 뛰어넘어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나?
잎만 무성하고 열매 맺지 않는 호박 넝쿨이 마치 나인 것 같아 한참을 돌아보고 또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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