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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을 뿌려 작은 싹부터 솎아 먹었던 상추들이 장대비가 온 뒤 상추숲을 이뤘다. 상추야 배추야? 초록초록 얇은 이파리가 어찌나 싱그러운지 내 더위가 물러가는 듯하다.
아가감이 주렁주렁 열린 감나무 밑에는 꼬부라진 허리의 아기 아주까리가 자라고 있다. 좀 있으면 감나무 키를 따라잡기에 뽑아야 할 텐데 저걸 어쩌나...
계단 옆 모퉁이에는 빨간 봉숭아꽃이 시골꽃 친구인 백일홍, 분꽃과 사이좋게 이웃하며 정글을 이뤘고, 그 옆에는 흰색과 보라색 도라지꽃이 차려 자세로 곧게 서 있는데, 자세히 보니 가는 줄기가 부러질까 서로 의지하며 잘 살라고 주인이 끈으로 묶어놓으셨다.
그 옆 낡은 담벼락 앞에는 황홀한 주황색 원추리꽃이 피어 주위가 덩달아 환해졌고.
이렇게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도 비가 오면 오는대로 오지 않으면 오지 않는 대로 성의껏 자신의 일대기를 열심히 살아내는 다양한 식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엄마네 작은 텃밭 속에는 느끼는 자만이 알아챌 수 있는 기막힌 낭만(浪漫)이 철철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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