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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주말 한 낮.
여름 텃밭은 돌봐주지 않으면 1주일 만에 정글이 되는 신기한 곳이라, 늘 토요일 오후에 방문하는 나와 남편은 쨍쨍한 햇볕과 상관없이 그 참 텃밭으로 향한다.
정글로 변한 텃밭을 보며 일주일 간 애를 태우신 엄마를 생각하면 그깟 햇볕쯤이야...
땀을 뻘뻘 흘리며 텃밭의 고구마줄기나 호박잎, 상추 등을 솎거나 뜯어 감나무 밑에 던져 놓으면, 잠시 쉬고 계시던 텃밭 주인께서 내려오셔서 감나무 그늘 아래에서 정리를 시작하신다.
10여 년 전, 텃밭 끝에 있던 1미터도 안 되는 어린것을 텃밭과 잔디 경계에 옮겨 심은 감나무가 제법 자라 맛있는 단감도 많이 내고 이렇게 햇빛 가리개 역할까지 톡톡히 해 내고 있으니, 엄마는 이 그늘을 '효자 그늘'이라 부르시는데...
감나무 밑 그늘에 앉아 고구마줄기를 다듬고 있는 자리로 바람이 솔솔 분다. 아 시원하다... 그리고 떠오른 말씀 몇 구절.
지존자의 은밀한 곳에 거하는 자는 '전능하신 자의 그늘 아래' 거하리로다(시91:1)
하나님이여 내게 은혜를 베푸소서 내 영혼이 주께 피하되 '주의 날개 그늘 아래에서' 이 재앙들이 지나가기까지 피하리이다(시57:1)
아... 엄마의 '효자 그늘'이 바로 '하나님의 그늘'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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