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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 고구마줄기가 번성하기 전 두어 달간은 머위 전성시대다.
매해 씨를 뿌리지 않아도 자리 잡은 곳에서 포기를 번성시켜 쑥쑥 자라는 머위는 나물을 하거나, 삐들삐들 말려 고추장 장아찌로 만들어 먹으면 특유의 향긋한 냄새가 입맛을 돋운다. 물론 그 냄새 때문에 머윗대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러나, 열심히 자라주는 머위를 식탁에 오르게 하는 것은 오롯이 먹을 자의 부지런함에 달려 있는데, 깨끗한 손이라도 머윗대 껍질 몇 개만 벗기면 손가락에 갈색 물이 진하게 들어 어지간히 닦지 않으면 지워지지도 않아, 이런 것이 싫은 사람들은 아예 완제품 또는 삶은 나물을 사다 조리만 해서 먹는 걸 선호한다.
젊은 시절에는 나도 그랬는데, 엄마의 작은 텃밭 덕분에 머위 뿐만 아니라 텃밭 식물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겨 이런저런 번거로운 과정에 개의치 않고 식물을 대하는 마음도 넓어진 듯하다.
한 줌 머윗대를 획득하기 위해 들이는 시간과 공을 따지자면 돈으로 사는 게 영리한 선택임에도, 기꺼이 채소 정리에 애쓰고 있는 것은 이런 과정을 통해 진심으로 농심(農心)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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