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뜨거운 햇빛과 지난한 장마 사이에도 텃밭에는 여전히 새로운 꽃들이 등장해 방문객의 마음을 홀린다.
지난 주말, 엄마의 텃밭에는 연보라 길죽한 모양의 꽃을 가진 옥잠화가 한창이었다. 꽃줄기 하나에 수십개의 꽃망울이 붙어 있어 허리가 꼬부라진 상태라 조금은 안스러워 보이는데, 꽃의 자태만큼은 우아 뿜뿜...
그 옆에는 잔잔한 연두색 방풍나물 꽃이 풍성하게 피어 눈을 시원하게 해 준다. 봄에는 나물로, 여름에는 꽃으로 사람을 즐겁게 하니, 참 이로운 식물이다.
백일동안 꽃이 핀다고 해서 백일홍이라고 했던가? 활짝 핀 꽃분홍 꽃잎 가운데에 노란색 수술들이 햇빛에 반짝이는데 사람같으면 짜증을 낼만한 뜨거운 햇빛 아래에서도 예쁘게 웃어주니 참 고맙다.
7월에는 도라지꽃도 한창인데, 감나무 밑에 핀 흰색 도라지꽃이 너무 우아해 낡은 담벼락에 그림이 그려진 듯하다.
또 고구마꽃?
고구마밭의 고구마줄기를 솎으려는데 잎새 밑에 숨어 핀 고구마꽃을 발견했다. 작년에 처음 발견하고 깜짝 놀랐는데, 올해도 또 찾아왔다. 백년에 한 번쯤 피는 꽃이라는데 작년에 이어 올해도 피었으니, 이제는 기후가 아열대로 바뀌고 있음을 인정해야되나 싶다. 사실 꽃 잘못이 아니라 사람 잘못이 크다는 생각에 예쁜 꽃 앞에서 잠시 걱정스런 모습을 보였는데... 미안~~
늘 같은 날을 사는 것 같다가, 매주말 이렇게 텃밭 식물들의 왕성한 변신을 보는 즐거움이 있어, 엄마 집을 방문하는 시간이 늘 새롭다.
어쩌면, 구순이 넘은 엄마도 매일 새로운 모습으로 주인을 맞는 텃밭 식물들과 노시느라 가끔씩 나이를 잊고 홀로 사는 천국 생활을 즐기고 계신 것은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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