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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쨍쨍한 토요일, 엄마 집에 들어서자 사방에서 소리 없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앵두나무 밑에 일렬로 서 있는 노란 달맞이꽃들이 입을 활짝 열고 웃음 합창을 하는데, 그 옆의 백년초 줄기 꼭대기에 노란 겹꽃이 다닥다닥 피어 달맞이꽃의 노란 웃음에 살짝 화음을 붙인다.
아... 예쁘다
근데, 시선을 살짝 돌리니, 보리수나무 밑에서도 천둥소리 같은 웃음이 들려온다. 진한 주황색 산나리 수십 대가 얼마나 크게 웃으며 환영하는지 피곤했던 마음이 금세 어디론가 사라졌다.
게다가 늠름한 군자란까지 여러 대의 진홍빛 꽃을 피워 나를 향해 활짝 웃어주니, 빨강, 노랑 예쁜 꽃들의 위로 덕분에 내 안의 쓸데없는 생각들이 모두 밀려 바람처럼 떠나가자, 나도 그들과 함께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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