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마음(心)으로 먹은 나물들

신실하심 2023. 6. 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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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은 먹고 싶은 채소들을 마트처럼 쑥쑥 고를 수는 없지만, 때 맞춰 자라는 채소들을 가장 맛있게 먹게 하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5월 말, 6월 초 경에는 머윗대와 생취를 두어 번 정도 채취할 수 있고, 빨리 심은 고춧대에서는 싱싱한 고춧잎을 조금 얻을 수 있는데, 엄마 집 고추는 아직 딸만한 잎이 없었음에도, 이웃이 가져온 고춧잎 한 뭉치가 있어 나물로 무쳤다.

 

생취는 꽤 억세서 끓는 물에 삶아 불을 끄고 잎이 부드러워지도록 물이 식을 때까지 그대로 놔 두어 꺼냈고, 고춧잎은 끓는 물에  삶은 후 바로 찬물에 헹궈 물기를 짜서 무쳤다. 껍질 깐 머윗대는 끓는 물에 푹 삶아 건진 후 처리했고.

 

대체로 잎 나물은 주로 된장 또는 간장, 파, 마늘, 참기름(또는 들기름), 깨 등으로 적당히 조물조물 무치면 되고, 줄기 나물은  냄비에 넣고 물을 넉넉히 부은 후 간장, 마늘, 파 등의 양념을 넣고 푹신 무르도록 물기가 거둬질 때까지 자글자글 졸이면 되는데, 이 때 맛을 더 주기 위해 들깨가루를 사용하거나, 마른 조갯살을 함께 넣으면 풍미가 더해진다. 이번 머윗대 나물에는 건조갯살을 한 주먹 넣어 함께 졸였고, 취나물은 집에서 만든 맛간장으로, 고춧잎나물은 두부쌈장을 넣어 무쳤다.

 

늘 생각하지만, 채취부터 조리까지의 과정에 비해 완제품의 양은 보잘 것 없어서 굳이 이렇게 할 필요가 있나 싶다가도, 이를 통해 농심(農心)을 좀더 이해하고 그들의 수고에 감사하며, 채소 한 잎 한 잎을 귀히 여기는 마음도 생겨 세상사가 유아독존(唯我獨尊)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사는 공생(共生) 임을 느끼게 하니, 입으로 먹은 나물의 양보다 마음(心)으로 먹은 게 너무 많아 결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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