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작은 텃밭에는 여러 채소들이 싹을 내고 자라서 먹거리로 제공되다 일부는 꽃까지 피운 후 씨앗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는 삶이 여기저기에서 진행된다.
채소마다 독특한 꽃들이 피는데, 작년 겨울에 심었던 대파의 경우 올해 봄을 지나면서 줄기 끝에 족두리처럼 동그란 꽃을 피웠고 얼마 후 검은색 모래알갱이만 한 씨앗을 만들고 사라졌다.
봄에 뿌린 시금치 씨앗 역시 싹을 틔워 예쁘게 자라서 먹거리로 제공되다 그 중 몇 대가 씨앗받이로 선택되어 점잖은 연두색꽃을 피우고 결국은 씨앗을 남기고 사라졌다
자신의 거룩한 분신을 남기고 삶을 마감한 채소의 일생을 돌아보다, 문득 나의 삶은 어떠한가 묻게 되었다.
대단한 삶을 살진 못했지만, 그래도 좌충우돌 고민하며 힘껏 살아냈다고 생각하다가도, 여전히 한 구석에 남아 있는 옹색한 속마음에 회의가 출렁이는 순간들도 있으니 어쩌면 짧은 생을 살다 가는 채소만도 못한 것 같아 살짝 부끄러워진다.
그러다, 작더라도 나만이 맺을 수 있는 씨앗을 품어낼 수 있는 생명 시간을 여전히 살고 있음을 깨닫고, 다시 거룩을 향한 발걸음을 내딛도록 힘을 내 본다.
'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의 텃밭 시계 (0) | 2023.06.15 |
---|---|
마음(心)으로 먹은 나물들 (0) | 2023.06.07 |
벌 서는 남자(?) (0) | 2023.05.31 |
생명 천사 (0) | 2023.05.24 |
빨·노·초 삼총사 (0) | 2023.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