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스승의 날

신실하심 2023. 5. 1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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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졸업사진

여고 졸업 후 30주년 Home Coming Day를 준비할 즈음, 고3 담임 선생님을 모시고 연락되는 친구들과 모임을 갖기 시작한 게 2013년 스승의 날이었다. 그 당시 담임 선생님은 우리와 띠동갑 정도의 젊은 분이셔서, 30여 년 후 만나 뵈니 우리와 비슷한 연배 정도로 함께 늙어가는 아는 오빠와 같은 느낌이었다.

 

그 후로 매년 스승의 날이면 선생님 부부를 모시고 10여 명의 친구들과 조촐한 식사를 하며 그 때 그 시절을 떠올리면서 소소한 추억담을 나누곤 했었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는 모임을 가질 수 없어서 편지로만 연락을 드렸다가, 드디어 올해엔 선생님을 모시고 즐거운 여고 시절로 돌아가려는 준비 중에 선생님의 병환 소식을 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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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보내온 글]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난 6개월 동안 숨이 차고 기침이 나서 세브란스에서 검사를 했지만 이상이 없다고 천식 치료를 받아보라고 해서  2개월 넘게  천식약을 복용했는데 별 효과가 없었어요. 그런데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불편해서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았더니  혀뿌리에 암이 자라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통해 mri petct 기관지 내시경등을  했어요. 근데 결과가 아주 안 좋아요. 의사들도 삼개월 전과 지금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고 해요. 혀뿌리 말고 기관지에 그리고 우측 하엽으로 들어가는 곳에서 소세포암이 발견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지난 주 부터 항암치료를 받고 오늘부터 방사능 치료를 시작해요. 이 과정이 지난 열흘동안에 일어난 일이에요. 말로 전하면 좋겠는데 지금 목이 쉬어서 통화하기가 어려워요. 그냥 다른 핑계대고 넘어가려다  의사출신들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용기를 내서 자세하게 적었어요. 참석하지 못해 너무 아쉽고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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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은 너나 없이 놀라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으나, 용기를 내어 연락을 주신 선생님을 기억하며 스승의 날 선물과 함께 우리의 마음을 전하는 응원 편지를 보냈다.

 

사랑하고 존경하는 담임 선생님께,

올해도 어김없이 스승의 날이 왔습니다. 꿈 많던 여고 시절을 지나 각자의 삶을 살다가 졸업 30주년 즈음부터 매해 흩어져 살던 친구들을 한 번씩 만나게 된 건 모두 선생님이 계셨기 때문이었는데, 수많은 졸업생들 중에서 우리를 기억해 주시고, 여고 시절을 행복한 마음으로 떠올리게 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요. 그래서,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만남들이 제한된 기간에 가장 아쉬웠던 건 스승의 날 즈음 늘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나누는 소소한 추억담이 사라진 거였으니까요.

그래서, 3년 만에 선생님과 함께 하는 자리를 기다렸던 우리에게 선생님의 병환은 힘든 소식이었지만, 꿋꿋하게 항암 치료를 받고 계신다는 말씀에 친구들 모두 힘찬 응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의 연약함을 친히 담당하시고 병을 짊어지심(마8:17)을 믿기에 주님이 이끄시는 능력으로 항암을 능히 이겨내시고 제자들에게 하나님이 함께 하신 삶을 나누어주시길 기도합니다.

온전하신 예수님이 선생님의 유일한 벗이 되셔서 주님 의지하여 질병의 두려움을 뛰어넘어 넉넉히 이기실 것을 확신하며 내년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을 모시고 또다시 40여 년 전 선생님과 함께 공유했던 시간들을 즐겁게 추억하는 시간들을 간절히 기다리겠습니다.

그때까지, 제자들은 늘 선생님을 기억하며 간절히 기도할 것입니다. 우리의 영원한 여고 담임 선생님~ 파이팅입니다!!! 그리고, 열렬히 사랑합니다~~

 3-성 제자 일동 드림

---------------------------------------------------------------------------------------------------------------------------------------------------------------선생님 부재가 마치 부모님의 부재 같아서 마음이 아팠던 모든 친구들이 선생님의 회복과 안녕을 위해 합심해서 기도하자고 다짐하며 올해의 스승의 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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