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에서

나의 창의적 재봉 생활

신실하심 2023. 4. 28.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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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우리 집 재활용의 역사는 현재 92세이신 노모의 젊은 시절로 거슬러 가야 한다.

 

내 4살 사진 속에 입었던 검정 코트는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카키색 군용 담요를 검정으로 물들여 엄마가 만드신 거였고, 젊은 시절 엄마가  입으셨던 8부 소매 차이나 칼라 셔츠는 목 부분이 헤어진 아버지의 와이셔츠를 개조해 만든 거였다. 

 

그 때문인지 나의 젊은 시절에도 딸애의 작아진 면 원피스 천으로 만드는 퀼트에 푹 빠진 적도 있고, 작거나 큰 옷들을 어지간하면 수선해 주시는 엄마의 도움으로 좀 더 오래 입었던 것 같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던가? 이제는 내가 노모의 뒤를 밟고 있으니... 물론 엄마의 전문 영역과는 좀 다른 영역(?)이지만.

 

엊그제, 뭔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 모아 두었던 낡은 청바지의 밑단과 허리띠 부분을 정리해 색깔과 길이를 맞춰 이어 놓은 것들로 크로스백을 만들었다. 물론 속지는 못 입는 남자 와이셔츠를 사용했고. 청바지 조각을 이은 앞면은 겉주머니로 만들어 어지간한 공책 하나는 쑥 들어가게 하고, 뒷면은 청바지 뒷주머니 부분을 그대로 사용했다. 가방 윗면의 지퍼는 떨어진 쿠션에서 발라낸 것이고, 사진에는 보이지 않지만 가방 속에도 청바지 뒷주머니를 떼어 속주머니로, 가방끈은 청바지를 사용할 수 있는데 자투리를 이용한 거라 마땅한 천이 없어서 1마에 400원 정도 하는 면끈 1마 반 정도 사용했다. 

 

재밌는 건 청바지 조각만 보면 자꾸 이런저런 아이디어가 떠올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생기니 어떡하면 좋을지...

 

하지만 늙어가는 나이에 하고 싶은 게 생긴 것만 해도 감사해 당분간은 이 작업이 계속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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