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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자연 낱말 수집'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나이 들면서 점차 바람, 산과 들, 나무와 꽃, 구름과 별 등을 사랑하게 된 터라 사랑하는 자연에 붙여진 우리 낱말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기대 만땅 상태에서 첫 장을 넘겼는데... 갑자기 멘붕이 왔다.
⊙ 가시랭이(나무와 풀의 부스러기),
⊙ 가톨(세톨박이 밤에서 양쪽 끝에 박힌 밤톨)
⊙ 감또개(꽃과 함께 떨어진 어린 감)
⊙ 갬상추(잎이 다 자라서 쌈을 싸 먹을 수 있을 만큼 큰 상추)
⊙ 거지주머니(여물지 못한 채로 달린 열매껍질)
⊙ 꽃맺이(꽃이 진 뒤에 바로 맺히는 열매)
⊙ 노굿(콩이나 팥 따위의 꽃)
⊙ 대우(초봄에 보리, 밀, 조 따위를 심은 밭에서 드문드문 콩이나 팥 따위를 심는 일)
⊙ 도롱고리(곡물 조의 하나)
⊙ 도사리(다 익지 못한 채로 떨어진 과일)
가나다 순으로 정리된 낱말들 중 이제 겨우 'ㄷ'까지 왔는데, 도무지 들어본 적도 없는 낱말들 뿐...ㅠ
그것도 열심히 반복해 읽으며 암기까지 하는데도 책을 덮으면 낱말의 뜻, 심지어 낱말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차라리 영어가 더 정겹게 느껴지니 평생 공부하며 가르치던 사람의 자긍심조차 바닥에 팽개쳐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우리 낱말의 보드랍고 아름다운 맛을 본 덕에, 늦었지만 자연 낱말을 더 가까이하며 친숙해지도록 읽고 외우고 사용하는 노력을 해 보려 한다.
외국어인 영어보다 우리 낱말을 낯설어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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