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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엄마 텃밭 울타리 주변에는 하늘의 비를 맞고 넝쿨을 만들어 무럭무럭 키를 세우는 완두콩이 한창이다.
얼핏 보면 그저 그런 평범한 넝쿨 식물 정도로 보여 매해 그 자리에서 자랐지만 한 번도 눈여겨본 적이 없었는데, 지난 주 유난히 뿌연 하늘빛 아래, 바람에 살랑거리는 순백의 작은 꽃들과 눈이 마주쳤다.
어라, 공작새 깃털 같은 날개가 달린 흰색 주둥이가 내게 말을 걸어오네... 참 말 잘하게 생겼군... 곳곳에 핀 작은 완두콩꽃의 소리 없는 소리가 진하게 느껴졌다... 근데 이제껏 말하고 싶은 걸 어떻게 참았을까? 알았어... 미안...
가만히 살펴 보니, 여리디 여린 작은 아가의 살결처럼 얼마나 보드랍고 하얀지... 이런 걸 청초하다고 하나?
여린 몸매라 살랑바람에도 꺾어질 것 같은데, 바람에 몸을 맡겨, 바람과 한 치의 갈등조차 만들지 않는다.
어쩌다, 십여 년 만에 작심하고 큰 합창 소리로 나의 시선을 집중시킨 완두콩 노굿(=콩이나 팥에 피는 꽃)의 우아함에 빠져들어 한 동안 헤어 나오질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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