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미안한 마음

신실하심 2023. 5. 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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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벼락 뒤, 햇볕도 잘 들지 않고 눈길 주는 이도 없는 자갈밭에도 봄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얼핏 보면 그냥 비슷비슷한 잡초들 같은데, 자세히 보면 대부분이 먹을 수 있는 산채들이다.

 

입이 넙적하고 줄기가 굵어 6월쯤이면 다 베어 먹을 수 있는 줄기를 내는 '머위', 돌밭에 거친 뿌리를 박고도 여리하게 올라오는 갸름한 '취나물' 잎, 머위와 취 사이에서 햇빛을 받겠다고 쑥 올라온 '부추'도 간혹 보인다.

 

뒤란에는 가을에 필 국화 줄기가 씩씩하게 올라오는데, 그 사이에 뿌리를 박고 국화보다 더 많이 햇빛을 쪼이려고 훌쩍 커 버린 '취나물'도 있다.

 

또한 자갈밭 사이의 작은 텃밭에도 연세드신 주인이 미처 돌볼 겨를 없는 중에도 스스로 씨를 퍼뜨려 왕성하게 올라오는 '중국 갓' 새싹들로 가득하다. 

 

사람의 시선이 가지 않아도 때 되면 자라서 자손을 번성시키는 야생초들의 일대기를 나 대신 보라색 꽃을 피우는 '매발톱' 몇 대가 물끄러미 바라보는데...

 

그래서 더 미안하다. 자갈밭에 앉아서도 불평없이 먹을 것을 내 주는 그들에게 내가 해 준 게 별반 없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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