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서글픈 마늘대

신실하심 2023. 4. 1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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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마늘 심을 때 5살과 3살 배기 손주들과 함께 놀다 심다 하다 보니, 마늘 심은 두둑 하나에 시금치씨도 같이 뿌린 모양이다.

 

얼까 봐 겨우내 비닐옷을 입혔다가  봄이 되어 열었는데, 마늘과 시금치가 뒤범벅되어 자란 두둑 하나를 발견하고 얼마나 놀랐던지. 

 

같은 종자의 마늘인데도, 시금치와 영양분을 나눠 먹은 마늘대의 키가 현저히 작고 갸날프다. 엄마랑 얼른 시금치를 모두 뽑아주었음에도 성장 속도가 늦어 텃밭 주인의 애를 태우고 있다.

 

덕분에 씨 뿌리는 노동을 제공한 나 역시 연약한 마늘대를 보면 애처롭고 미안해 고개를 들 수 없을 지경인데, 제대로 된 마늘을 만들지 못하면 어쩌나 싶어 엄마 집 갈 때마다 물도, 눈길도 더 주는데 도무지 옆 두둑의 친구들 체격을 따라가지 못한다.

 

대학원 석사 과정 시절, 그 당시는 세계적으로 영양결핍이 만연하던 때라 식이량과  영양상태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많아서 나도 이와 유사한 실험연구를 했었는데, 분명한 것은 어린 시절 식사량이 심각하게 낮았던 실험 쥐의 체격이 표본 쥐에 비해 현격하게 왜소했고, 배고픈 스트레스 때문인지 성격도 꽤 날카로웠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실, 시금치와 함께 심긴 마늘의 배고픈 스트레스야 알 길이 없지만, 왜소한 모양새에 왠지 서글픔이 묻어나 눈길이라도 한 번 더 주고픈 긍휼의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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