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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엄마 텃밭에서 어린 머위잎, 쑥 그리고 질경이와 시금치를 조금 뜯어왔다.
봄 되면 으레 봄 향을 한 번쯤 먹어줘야 예의인 것 같아 이런 향내 나는 채소 밥상을 차리는데, 머위잎은 데치고, 질경이는 삶아서 참기름과 간장 양념으로 볶고, 쑥은 최소한의 밀가루와 소금을 넣어 노릇노릇 얇게 부쳐내고, 시금치는 콩나물과 파프리카, 양파, 달래 조금 넣어 새콤달콤 무쳤다. 마침, 지인 찬스 덕에 향긋한 당귀잎과 두릅까지 찬조 출연하여 훨씬 풍성한 향내 풀풀 나는 봄 상이 차려졌다.
마지막 남은 고추부각과 멸치볶음, 낙지젓, 무생채와 메추리알버섯조림 그리고 오이부추김치에 사태찜까지 적당히 올리고, 북어뭇국을 곁들여 올렸더니, 우와 이 정도면 시골 밥상 맛집(?) 정도 되는 비주얼.
봄 향기 먹고 싶어하는 지인 몇 분 초대해, 머위잎에 당귀잎을 올리고 된장 살짝 묻혀서 한 입에 넣었는데, 씹을 때마다 올라오는 달달하면서 독특한 향과 맛이 도란도란 나누는 정겨운 얘기들과 합하여 행복함과 즐거움을 뿡뿡 뿜어낸다. 뭐, 천국이 따로 있나? 지금, 이 곳이 천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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