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 할머니지만 반년째 두 손주들의 아빠와 엄마로 살고 있는 남편과 나.
남편과 나는 혹시나 어린 손주들의 마음에 부모의 부재로 인한 결핍이 생길까 봐, 하나님께 간구하며 힘껏 놀아주고 성의껏 보듬으며 돌보고 있는 중인데, 하나님의 돌보심 덕분에 아이들은 별 탈없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 참 감사하다.
할머니 껌딱지인 손자는 먹을 때, 잘 때는 물론이고 아무 때나 수시로 내 무릎에 엉덩이를 디밀고 들어오기 일쑤라, 16kg가 넘는 체중을 견디기 위해 몸이 좀 고생을 하지만, 큰 눈을 동글동글 굴리며 씽긋 웃는 기막힌 미소 한 방으로 고된 몸과 마음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게 하는 매직 쇼를 보인다.
떼 쓰고 짜증도 부리며, 또 동생과 티격태격 싸우다가도 어느 순간 누나 노릇을 근사하게 해내는 손녀에게는 불쑥불쑥 내뱉는 예쁜 말들로 고갈되어 가는 체력에 엔도르핀이 부어져 다시 일어서게 하는 묘한 반전 매력이 넘친다.
예를 들어,
'이 더위에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준 할머니 요리사님 고맙습니다~'
'할머니가 너무 좋아서 할머니랑 오래 살래요~'
'할머니, 할아버지 고생했어요~'
만들어준 음식을 먹을 때 엄지를 치켜세우며 '할머니 식당이 최고!!!'
기도할 때 '~ 할머니가 병원에 갔다왔는데 안 아프게 해 주시고~~'
'할머니~ 무한대에 천 만큼 사랑해요~'
'내 맘에 성령님이 계셔서 자꾸 노래하게 해요~'
'죽으면 천국에 가서 예수님을 만나는데, 죽는 게 왜 슬픈 거예요?' 등등.
때로는 기특하고 때로는 놀라우며 때로는 어린애 같지 않은 성경적 통찰력에, 밤마다 함께 읽는 엄마무릎성경과 교회학교의 위력을 새삼 느끼고 있는 중이다.
70이 다 되어 오는 나이에 매일 손주들과 몸으로 놀아주고, 한글 공부하고, 먹이고, 입히고, 책을 읽어 주다보니 체력은 쉽게 방전되고 있지만, 밤 9시만 되면 애들과 머리 맞대고 잠자리에 들면서, 가끔씩 찾아오던 불면의 시간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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