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2018년생 손녀끼리 만나 일주일을 진하게 보냈던 4번 손녀가 이번에는 만삭인 딸만 미국에 놓고 사위 따라 한국에 잠시 온 2019년 생 5번 손자와 하룻밤을 격하게 보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4번 손녀는 사촌 동생을 맞이하려고 일찌감치 거실에 구획을 지어 놀거리를 만들고, 선물 가방에는 손수 그린 그림까지 준비해 놓고 며칠 밤을 손가락 세며 기다렸다.
드디어, 금요일 저녁부터 집 안의 장난감은 물론이고, 심지어 책과 이부자리 등을 모두 거실로 소환해 의사놀이, 응급구조 놀이, 포켓몬 카드놀이에 유도와 펜싱까지(마침 24년 파리올림픽이 진행되고 있었다) 조금만 조용히 해 달라는 내 소리는 귓등으로 들으며 놀이에 빠진 세 아이들.
결국, 내일 아침에 다시 놀자는 약속을 하고 밤 10시 반에 겨우 잠자리에 들게 했는데, 피곤했는지 5분 안에 모두 꿈나라로 갔다.
다음 날, 새벽 5시 반. 시차 적응이 아직 되지 않은 5번 손자가 깨니, 나머지 4번과 5번도 부시시 일어나 다시 놀기 시작해 어른들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놀이에 집중하는데, 결국 아랫집에 죄송해서 일찌감치 모두 데리고 성환 노할머니댁으로 향했다.
증손주가 12인데도, 모두의 생일까지 기억하고 계신 93세 증조할머니는 늘 만나던 손주들 뿐 아니라 미국 사는 증손주와 손주사위의 등장에 깜짝 놀라며 어찌나 반가워하시는지...
애들은 텃밭에서, 또 거실에서 마음껏 소리지르고 뛰면서 참 잘도 놀았다.
점심 먹고, 5번 손주를 본가로 데려다 주고 오는 길. 더 많이 놀지 못해 아쉬운 4번 손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하는 말이 서준이에게 못한 말이 있으니 전화를 걸어 달라기에 그대로 해 주었더니, 전화 상으로 하는 말이 울먹이며 '서준아~ 사랑해!!!' 이런다.
헐. 대박 감동. 한국 나이 겨우 7살(만 나이 5.5살) 어린아이가 이런 예쁜 말을 하다니...
점점 어린이가 감소해 이제는 사촌이 형제만큼 가까운 혈육이 될 듯한 나라에서, 사촌 친구를 갖고 있다는 건 평생의 귀한 자산일 터. 나의 예쁜 손주들이 서로를 위해 기도하며 각자의 다양한 삶을 공유하면서 자신들의 인생을 만들어간다면 할머니로서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