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들네와 가까이 지냈던 시절에는 한창 한글을 배우던 큰애네 손녀들로부터 간간히 손 편지를 받곤 했는데, 요즈음 또다시 손 편지가 나에게 배달되기 시작했다.
편지를 보내는 주인공은 바로 작은 아들네 큰 손녀. 할아버지와 한글 공부를 시작한지 6개월 정도 되었는데, 이제는 제법 읽고 쓰는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엊그제, 미국에 있는 며느리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손녀에게 엄마가 아프니 위로 편지나 그림을 그려서 보내면 어떠냐는 내 제안에 손녀가 선뜻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엄마 아프지 마라요 건강하개 사라요 사랑해요 - 엄마에 사랑'
비록 맞춤법이나 받침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림과 함께 글을 쓰면서 손녀는 자신의 마음을 정확하게 엄마에게 전달했고, 또 딸로부터 생애 첫 편지를 받은 에미는 몇 줄의 글로 세상 위로를 다 받은 기분이 아니었을까?
나 역시, 얼마 전 손녀로부터 유치원 만들기 시간에 썼다는 편지를 받았다.
'할머니 사랑해요 / 할아버지 고맙습니다♡ / 노아 고마워 내가 정말 미안해 / 최주아'
아주 간결하지만, 할머니를 사랑하고 또 할아버지께 고마우며, 동생과 싸웠던 게 미안한 마음 등이 가득 담긴 손녀의 진지한 고백이 느껴졌다.
함께 지내는 동안, 간간히 보내 올 손녀의 손 편지를 기대하고 있는데, 손 편지를 쓰는 동안 오갈 생각들이 진심이 담긴 글로 빚어지면서 손녀 안에 생성될 아름다운 자기 성찰(어려서 본인은 잘 모르겠지만)이 점점 쌓여 사랑하고 사랑받는 예쁜 숙녀로 잘 자라기를 기도했다.
그래서 난 '손편지'를 '사랑'이라고 부르는 손편지 최애 할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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