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미취학 두 손주를 잠시 양육하게 되면서 아이들 놀이방을 꾸미게 되었는데, 장난감 장 옆에 책꽂이를 들이면서 어린이용 의자 두 개도 놀이방 식구가 되었다.
우리 나이에는 있는 것도 처분해야 할 상황이라 놀이방 가구들은 모두 한시적으로 쓰고 다시 내 보낼 재활용 가구들인 것은 당연지사.
그런데, 의자가 원목이라 엉덩이가 아플까 싶어 누빈 솜 천으로 덮개를 만들었다.
의자의 지름을 측정해 20센티 더하여 반으로 나눈 수치의 반지름을 가진 원을 솜천에 그려 자르고, 같은 크기의 안감(남편의 낡은 티셔츠)과 겉을 맞대어 붙여 가장자리를 재봉했다. 안감 천의 중앙 부분에 가위밥을 내어 구멍을 만들어 뒤집은 후 동그란 받침이 되도록 다림질을 하고, 사용했던 마스크에서 떼어 낸 고무줄을 이어 받침 가장자리에 박음질을 해 의자에 씌웠더니 애들 눈에 뭔가 달라 보이나 보다.
어느새 꼬맹이들이 책 한 권씩 들고 와 의자에 앉아 모처럼 독서에 열심을 낸다.
사실 내 아이들을 키울 때는 너무 바쁜 워킹맘이었기에 이런 사사로운 것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어쩌면 손주들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만들어 주면서 스스로 대리만족을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게다가, 어려서부터 사용할 수 있는 것을 버리는 건 죄라고 배운 데다, 점점 물건을 버릴 나이여서, 새로운 것을 구매하기보다 있는 것으로 대체하며 사는 것이 취미이자 특기가 되어버린 나의 노년의 한 순간을 기억하려 짧은 글을 남기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