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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심각한 폭염에 사람들은 지쳐가는데, 초록초록 식물들은 얼마나 신이 났는지 하루가 멀다 하고 키가 쑥쑥 자란다.
엄마네 텃밭 식물도 연로하신 주인이 손 볼 새 없이 마구 자라, 우리가 방문하는 토요일엔 지난주에 단장시킨 텃밭이 아수라장 일보 직전.
남편은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울타리 너머에서 자라는 호박이 있나 살펴 울 안으로 들여 놓은 후 잔디를 깎고, 나는 고구마밭에 들어가 길게 자란 줄기를 가위로 정리해 모아놓는 일부터 시작하는데, 14년째 여름마다 하는 일이지만 이게 생각보다 땀을 흠뻑 흘리는 작업이라 여전히 쉽진 않다.
그래도, 연로하셔서 예전처럼 텃밭 여기저기를 예쁘게 다듬어 놓지 못해 속상해하시는 엄마를 up 시켜드리려는 마음에 기분 좋게, 열심히 몸을 움직인다.
해가 살짝 비켜가는 오후 4시 경 쯤에는 엄마가 나오셔서 감나무 밑에 앉아 내가 솎아 놓은 고구마줄기를 다듬기 시작하시는데, 잔디밭을 다 깎은 남편과 나까지 합세해도 적어도 1시간 이상은 줄기 다듬는 작업을 해야 겨우 일이 끝난다.
이 날도 한 광주리 정도 되는 고구마줄기가 모였다. 껍질 까는 작업이 한 차례 더 있어야 조리를 할 수 있지만 엄마 집에서 하는 작업은 여기까지.
엄마는 깔끔해진 잔디밭과 텃밭을 보며 흐뭇해하시고, 우리는 그런 엄마를 보며 또 기쁜 마음으로 돌아가고.
여름 내내 엄마와 나, 남편이 '텃밭 삼총사'가 되어 엄마의 천국인 텃밭 세상을 사랑으로 함께 만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