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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남동생이 엄마에게 살아온 인생을 사자성어로 말씀해 보라고 했더니, 대뜸 '파란만장(波瀾萬丈)'이라셨던 엄마.
그런 삶을 사신 엄마가 노년은 당신이 원하는 삶을 사시고 싶다며 78세에 도시 생활을 뒤로하고 텃밭 딸린 성환의 한 주택으로 오신 지 올해로 벌써 15년이 넘었다.
그동안, 화려하지는 않지만 텃밭과 화단을 자신의 취향대로 잡초 하나 없이 정갈하게 꾸미고, 자식들이 가져온 죽어가는 식물을 살려내 다시 꽃이 피게 하는 요술 동산의 주인이 되셨다.
구순이 넘은 지금도, 세 계절은 밖에서, 겨울 한 철은 집안에서 다양한 화초들을 돌보며 사시는 주인 집은 일 년 내내 꽃동산이다.
요즘 채송화가 한창인데, 구순 넘은 엄마가 오래 된 화분의 가장자리에 키 작은 진분홍색 채송화를 심고 그 안 쪽에는 조금 키가 큰 화초 당고추를, 가장 가운데는 먹는 고추 1대를 심어 예쁜 화분 꽃꽂이를 해 놓으셨다.
매주 엄마 집을 방문한 지 올해로 만 13년이 지나고 보니, 이제는 노모가 심어 놓은 꽃이나 텃밭 등을 둘러보면서 엄마의 상태나 삶을 대하는 태도들이 어렴풋이 읽히는데, 이 화분을 보며 '파란만장(波瀾萬丈)' 인생을 걸어왔다는 엄마의 노년이 채송화처럼 정갈하고, 화분 꽃꽂이처럼 반듯한 '정금처럼 단련된' 복된 인생을 살고 계신 듯하여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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