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하나님의 비밀

콩나물밥 한 그릇

신실하심 2023. 4. 1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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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3년 반 만에 교회 식사가 재개되었다.

 

쉬었다 재개하는 터라, 어쩌다 맡게 된 주방 총괄인 나나 주방 위원 권사들 모두 서툴긴 매 일반이라 모여 정리하고 회의하기를 수 차례. 선임 만나부장들의 도움으로 그간 교회에서 해 왔던 메뉴 중 성도들이 가장 먹고 싶어 하는 콩나물밥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아직도 코로나가 전파되고 있어서 마스크 free 상태가 아니기에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을 여전히 어려워하는 분 들이 있어 예상 식수 인원을 정하기가 어려웠지만 예배 시간별 출석 인원을 기준으로 여러 상황들을 종합해 700명으로 잡고 준비를 시작했다.

 

토요일 오전에 모든 식재료를 정리해 냉장고에 보관하고, 주일 아침 6시 반부터 쌀 씻고 냉장고의 콩나물, 무 및 재운 고기, 표고버섯, 양파 및 양념장 재료들을 내 놓으니 주방이 한가득인데 일단 예배드리러 예배실로 go go.

 

7시 반 예배를 드리고 나면 주방 봉사로 배정받은 담당 구역 식구들이 주방에 모여 무채 썰고, 콩나물 씻어 데치고, 양념간장용 쪽파와 부추, 대파를 썰고, 살작 데쳐 놓은 표고버섯 채 썰어 양파 채와 각각 살짝 볶고, 한쪽에서는 양념해 준 간 소고기를 팬에 얇게 펴 볶는다. 무생채 파트, 콩나물 파트, 양념간장 파트, 고명으로 얹을 표고버섯·양파·소고기 파트로 나뉘어 정신없이 준비하고 있으면, 9시경부터는 밥솥 얹고 그릇 정렬해 주실 장로님과 남성구역 봉사 담당 구역원들이 주방으로 와서 바쁘게 음식 테이블 정리를 한다. 

 

콩나물밥에 얹을 무생채, 삶은 콩나물, 고기표고버섯볶음, 양념장 등 모든 재료들이 10시 반 경이면 거의 준비가 되고, 콩나물밥과 함께 먹을 국물은 콩나물을 삶은 물에 새우젓국으로 간을 살짝하고 대파 송송 썰어 내면 준비 끝.

 

식사 제공 시간부터는 서빙과 설거지 등이 계속 돌아가야 해 정신이 없는 터라, 봉사하시는 분들은 11시 전에 일단 식사를 먼저 하고 잠시 숨을 돌리면 바로 식사 개시 시간인 오전 11시 45분이 된다. 오랜만에 열린 주방 식사라선지 주방 앞이 성도들이 선 줄로 가득한데, 1층 코이노니아 홀에 밥 푸는 소리, 먹는 소리, 얘기 나누는 소리, 봉사원들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가 어우러져 성령의 바람 소리같이 명랑하다.

 

마침 주일 설교가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 후 흩어져 각자 원래의 생업으로 돌아가 있던 제자들 앞에 부활하신 예수님이 나타나셨으나 제자들이 알아보지 못한 상황에서 말씀을 따라 그물을 던지자 물고기를 가득 잡게 되었을 때 비로소 예수님을 알아본 제자들이지만 꾸중 대신 따뜻한 불과 식사를 준비해 '와서 조반을 먹으라' 하시는 예수님의 정죄없는 사랑(요21:3-14)에 관해서였는데,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식사가 하나님이 보여주신 조건 없는 사랑과 정죄 없는 격려를 베풀고 받는 것이라는 인식을 갖는 사람만이 매일 일상에서 부활의 기쁨을 누리는 삶을 살게 되고, 그런 의미에서 교회의 공동체 식사는 소외된 이웃이 예수의 사람이 되고 부활을 경험하는 자리임을 기억하자는 말씀이었다.

 

교회 첫 식사일이 부활절이면서 동시에 교회가 정한 '공동체 회복의 날'이었기에 성도들이 공동체 식사로 함께 한 콩나물밥 한 그릇은 예수님 부활의 상징임과 동시에 우리의 허물에도 불구하고 주님의 조건 없는 사랑을 기억하는 매개체임을 깨닫게 되니, 준비하고 조리해 먹이는 긴 과정의 수고가 오히려 섬김의 날개가 되어 온 교회에 주님 부활의 기쁜 외침으로 변하는 듯했다. 

 

덕분에 첫 식사를 총괄해 재료 준비부터 마무리를 하는 긴 시간 동안의 긴장이 어느 새 감사함으로 충만해지니 이는 하나님이 이끄시는 은혜 중의 은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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