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자식으로 봄이 반가운 건 겨울을 무사히 넘긴 91세 노모가 한 해를 다시 준비하시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3월 첫 주말, 여전한 강풍으로 밖은 엄청 추운데, 경칩(驚蟄)이 지났으니, 다음 주에는 감자와 완두콩을 심어야 한다고 하신다.
우와~텃밭과 함께 할 엄마의 시간이 시작되는구나!!!
작년에 감나무 정리하면서 여러 곳에 세울 적당한 가지를 모아놨는데, 벌써 안으로 들여와 끝을 뾰족하게 다듬으신다.
91세 노인의 어디에서 저런 힘이 나올까? 그런데, 연장이 좋지 않아 잘 깎이지 않으니, 나보고 철물점 가서 '자귀'를 사오라시는데, 여기저기 다녀봐도 그런 물건은 없단다.
그러면서, 하는 말...
고춧대 2m에 900원인데 나무를 잘라서 대를 만들 필요 있나요?
그러니까요ㅠㅠㅠ
근데 굳이 깎으려면 낫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한다.
사실, 엄마가 원하는대로 하실 수 있도록 뒤에서 받쳐드리는 것이 관찰자인 내가 엄마와 함께 하는 방식으로, 사서 사용하는 고춧대 대신 본인이 직접 정리한 나뭇대를 사용하시겠다면 말릴 생각이 전혀 없는지라 굳이 고춧대를 사자고 말씀을 드리지 않았다.
엄마의 텃밭은 소출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방식으로 또 한 해를 만들어가시는 엄마의 희망찬 삶을 느낄 수 있는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나님의 시간... (0) | 2022.03.14 |
---|---|
봄 맛... (0) | 2022.03.07 |
봄 편지... (0) | 2022.03.07 |
마늘 싹들~화이팅! (0) | 2022.02.08 |
정월에 먹는 텃밭 채소 (0) | 2022.01.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