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채소는 바닥이 났는데, 추워서 꼼짝하기 싫은 날.
엄마가 당신의 5남매에게 봉지에 담아 이름 붙여 조금씩 나눠주신 마른 나물들(늙은 호박, 무청 시래기, 고구마 줄기, 고춧잎, 들깨꽃 말린 것, 말린 가지, 토란대, 부각용 고추 등)이 빛을 보는 날이다
---------------------------------
1. 늙은 호박 부침개 : 늙은 호박채에 부침가루(또는 밀가루와 빵가루), 소금을 조금 넣고 반죽이 질지 않게 물을 넣은 후 프라이팬에 지져낸다. 호박의 단 맛이 그대로 우러나와 바삭하게 익히면 꽤 맛난 별식이 된다.
2. 호박죽 : 호박을 냄비에 넣고 물을 자작하게 부어 삶은 후 식힌다. 적당량의 식은 밥을 호박 담긴 냄비에 넣고 도깨비 방망이로 호박과 밥을 으깨고, 본인의 입맛에 맞게 소금과 설탕을 넣어 밥이 부드럽게 퍼질 때까지 주걱으로 저어가며 익힌다.
3. 마른 가지 나물 : 따뜻한 물에 두어 시간 불려 적당히 고들고들한 상태가 되면 물을 꼭 짜, 적당한 길이로 잘라 냄비에 넣고, 간 마늘, 파, 집간장과 씨 소금(집간장 바닥에 가라앉은 소금덩어리를 꺼내 말린 후 곱게 간 것으로 소금의 짠 기가 콩 맛과 어우러져 아주 훌륭한 양념 소금이 된다), 참기름 또는 들기름 넣고 손으로 잘 비빈 후 냄비 뚜껑을 닫고 중불에서 조리한다. 가지가 풀어지지 않을 정도로 가끔 섞어 주며 냄비 바닥에 물기가 없어지면 불을 끄고, 냄비 뚜껑을 닫고 5분 정도 뜸을 들이고 깨를 뿌려 상에 놓는다.
4. 고구마줄기 나물 : 압력밥솥에 적당량의 가지와 물을 붓고 끓여 공기가 빠진 후에도 그대로 놓아두면 부드러운 상태로 삶아지는데, 특유의 냄새를 제거하기 위해 두세 번 물을 갈아준다(보통 저녁 식사 후 삶아 놓고 그 다음날 조리한다).
일반적으로, 마른 나물 조리법은 거의 유사한데, 기본 조미는 마늘, 파, 집간장(필요하면 소금), 참기름 또는 들기름, 깨소금이 사용되고, 뚜껑있는 냄비에서 조리해 뜸을 들이는 게 기본 조리법이다.
5. 시래기밥 : 시래기를 삶아 서너 번 물을 갈아 특유의 냄새를 제거한 후 깨끗이 씻어, 종종종 썬다. 압력밥솥에 쌀 2컵, 썰어 놓은 시래기 한 주먹, 간 고기(돼지, 소, 닭 모두 가능하고, 참치 캔을 사용해도 좋다) 200g 정도를 넣어 골고루 섞고 잡곡 모드로 취사 버튼을 누르거나, 일반 압력밥솥에서 밥을 지으면 된다. 이때 시래기가 물을 더 먹을 수 있어, 물은 넉넉히 잡는 것이 좋다. 밥이 다 되면 골고루 섞어 그릇에 담고, 양념간장을 넣어 비벼 먹는다.
6. 토란대 육개장 : 육개장에 넣는 토란대는 부드러울수록 식감이 좋아 압력밥솥에 다른 마른나물처럼 삶는데, 토란대 나물로 조리할 경우는 압력밥솥보다 일반 밥솥에서 퍼지지 않게 삶는 것을 추천한다.
---------------------------------------------------------------------------------------------------------------------------------
추운 날 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 안 주방에서 마른 나물 처리하는 게 훨씬 편하고, 게다가 늦가을까지 삶아 말리느라 애쓰신 엄마의 손길을 감사해 하며 먹는 고마운 식탁이라 즐거운 마음으로 준비하게 되는데, 밖의 텃밭은 아직 잠자고 있는 매해 1, 2월에도 여전히 엄마의 텃밭을 누리게 하는 마른 나물 밥상은 또다시 파종할 3월을 기다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
올해도, 91세 엄마가 지금 정도로만 건강을 유지하셔서 66세 딸과 합작해 힘껏 텃밭을 돌보며, 새로운 추억과 함께 엄마를 느끼며 먹는 즐거움을 더 오래 간직할 수 있으면 좋겠다.
'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 편지... (0) | 2022.03.07 |
---|---|
마늘 싹들~화이팅! (0) | 2022.02.08 |
엄마 손은 금손! (0) | 2022.01.17 |
엄마는 '열독(熱讀)' 중~ (0) | 2022.01.17 |
농한기 손뜨개 (0) | 2021.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