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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3월 첫 주말. 엄마 집 대문을 열고 들어 서니 여기저기에서 봄 소리가 들린다. 마늘밭 비닐 덮개와 햇볕 아래 고추장 항아리 뚜껑까지 날아가게 해 뒷정리하느라 허리 굽은 노모를 고생하게 한 겨울의 칼바람 같은 강풍이 여전히 불고 있는데도 말이다.
꼿꼿한 줄기 위에 연분홍 화사한 꽃을 피울 무릇과 보라색 꽃술이 위풍당당한 붓꽃 싹들이 메마른 땅을 헤치고 무리지어 올라와 있다. 속살을 헤집고 들어오는 으스스한 봄바람 속에도 어진 모습으로 함께 피는 수선화 싹이 가장 높이, 그 옆에는 튤립 새싹도 수선화와 경쟁하며 쑥 올라와 있다. 한 열흘쯤 후면 수선화와 튤립은 한 송이씩 꽃봉오리가 올라올 테다.
어디 그 뿐인가? 나무에도 봄이 찾아왔다. 산수유의 가지마다 꽃봉오리가 터질 듯 말 듯. 이에 질세라 옆 자리 친구인 매화도 봉우리가 열릴 듯 말 듯. 어머 예뻐라. 아기 주먹 손 같다. 명자나무와 앵두나무도 자세히 보니 가지마다 코딱지만 한 꽃봉오리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데, 순간 지나가는 생각. 말 못 하는 식물들도 봄이 오는 소리에 반응하는데 사람들만 계절을 못 느끼는구나.... 너희들이 봄편지구나...
고맙다. 새싹들~ 꽃봉오리들~
찬 바람이 불어도 시간은 멈추지 않고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줘서.
그날이 늘 그날 같아도 사방을 자세히 보면 매일이 다른 날.
그래서 매일 맞는 하루를 즐겁고 행복한 새로운 날로 살아야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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