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단출하게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으면서 집안 곳곳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버려야 할 것들 천지다. 마침 코로나로 인해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일터 급식이 잠정적으로 중단되어 집안 정리할 최적의 시간을 얻은 것.
우선 눈에 띄는 책상 서랍부터 정리하다가 오래된 누런 봉투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2000년대 초 내가 초빙교수로 있었던 모 대학에서 시험시간 중에 발견한 커닝페이퍼들과 이런 커닝을 제발 막아달라는 학생들의 탄원글이 있었다. 이런 것을 아직까지 갖고 있었다니.ㅠㅠㅠ
도대체 읽을래야 읽을 수도 없는 점 같은 글씨들을 학생들은 왜 저런 것을 만드느라 시간을 허비했을까? 점수는 잘 받고 싶은데 공부는 많이 못했으니, 이런 방법으로라도 자신의 점수를 높이고 싶었던 비뚤어진 마음이 만들어 낸 것 일터다. 세상이 삶의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는 나쁜 악습이 되풀이되면서 만들어 낸 잘못된 생산물이라 생각한다.
20년 정도 지난 지금은 어떨까?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비대면 학기말 시험을 치르던 모대학에서 집단으로 부정행위를 한 일들이 발각되어 사회가 한참 시끄럽다. 집단 지성을 이용해 한 두명이 아닌 집단적 이기주의가 지성의 전당의 주인인 학생들에게서 발생한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이런 것에 비하면 커닝페이퍼로 커닝하는 것은 애교스럽다고 봐줘야 하나?ㅠㅠㅠ
나와 너 그리고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세상이 아닌 나만 드러나야 되는 세상으로 점차 진화해 가는 듯해 자못 맘이 아려온다. 엊그제 담임목사님의 십계명 강해 중 제8계명인 '도둑질하지 말라'는 나와 너의 하나님은 나와 너의 세상에서 사람마다 각자의 몫을 주셨기에 각자의 것을 족한 줄 알고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순복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말씀하신다는 게 생각났다. 몫의 크기가 어떠하든 나의 것이 중하면 남의 것도 동일하게 중하다는 말씀.
위의 학생들을 나무라고 비판하기 전에 나는 어떠했나? 솔직히 말하면 나도 나의 것에 더 집중하였고 내 것을 챙기느라 돌아보지 못한 것이 얼마나 많은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겠다.
20여 년 만에 발견한 이 작은 컨닝페이퍼로 인해 오늘 밤 많은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하나님이 구원의 은총으로 주신 계명을 곱씹으며 어른으로서 더 이상 부끄러운 삶을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단호한 결단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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