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하나님의 비밀

친구의 오래 전 선물...

신실하심 2020. 5. 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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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거실 한 면에 20여 년 전, 여고 단짝 친구로부터 받은 액자가 걸려 있다. 제목은 '오병이어의 기적'.

 

같은 여고, 같은 대학을 다녔던 터라 자주 붙어 다녔었는데 서로 소식이 끈긴 건 내가 결혼 후 남편과 미국 유학을 떠난 후부터였다. 그 당시엔 연락이래야 국제우편으로 보내는 편지가 고작이었기에 한국과 미국의 거리만큼 점차 소식을 주고받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다 귀국 후 얼마 지나, 여러 수소문 끝에 친구와 연락이 되었는데, 그 사이 그 친구에게 많은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과 사별하고 아픈 아들과 살고 있다면서 덕분에 외부와 별로 연락 않고 살았다고 담담히 말하는 친구 앞에서 잠시 할 말을 잃었었다.

 

재주가 많은데다 워낙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그녀는 더욱 신앙이 깊어져 성경에 나오는 예수님의 기적들을 형상화한 동판을 만들어 자신이 다니는 성당에 봉헌했다며 내게도 이 액자를 선물로 주었다.

 

나 역시 하나님을 섬기는 데다 유학 시절 어려운 살림살이 중 예수님이 베푸신 물고기 두 마리와 떡 다섯 개로 오천 명을 먹이신 그 기적 사건을 읽으며 많은 위로와 소망을 가졌던 터라 이 액자가 참 좋았다.

 

누구에게나 다 부침이 있는 게 인생살이지만, 나 역시 그런 것에서 자유롭지 못할 때 이 액자를 보면서 장래에 대한 용기와 희망을 얼마나 많이 가졌었는지 모른다. 언젠가는 좀 더 넉넉해질 형편을 기대하면서..

 

그런데, 며칠 전 이 액자 속의 형상을 보면서 갑자기 다른 생각이 떠올랐다. 이제껏 오병이어의 기적에서 내가 누리고자 했던 건 그저 넉넉함과 풍요함에 대한 환상, 그리움 그리고 그런 결과물에 대한 기대였지, 천지를 지으신 하나님과 나의 죄를 위해 이 땅에 내려오신 예수님 자체에 대한 집중이 아니었구나....

 

물질 역시 하나님께서 만드신 것인데 내가 하나님의 자녀라 하면서 실제론 세상적 가치에 더 집중하고 있었구나 하는 자책감이 들게 된 것이다.

 

하나님께서 20여 년을 한결같이 액자의 동판으로 거실에 걸려 계시면서 나를 보시며 얼마나 마음 아프셨을까. ㅠ ㅠ

 

뜻밖의 깨달음으로 이제라도 상황과 환경과 상관없이 하나님만을 소망할 용기를 갖게 되었으니 소식이 끊긴 친구의 선견지명에 나 역시 그 친구가 주님 안에서 더욱 평강을 누리도록 기도해 본다.

 

고맙다. 친구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