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 하나님의 비밀

예수님을 만난 감격

신실하심 2020. 1. 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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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만난 감격이 있는 교회'

올해 내가 출석하는 교회의 표어이다. 본당의 강단 위에 크게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면서 예수님을 만나 감격했던 때가 언제였나 반추하게 되었다.

 

40년 전 대학 졸업 후 여고 교사로 재직할 시 심각한 허리 통증으로 입원해 20키로 추를 허리에 매달아 밤낮으로 트랙션을 하는 바람에 몸 움직임이 쉽지 않았던 시절, 허리 통증과 함께 한밤 중 가위까지 눌려 괴로웠던 순간, 내 입에서 '하나님, 이 정도만 아프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백한 즉시 갑자기 사라져버린 통증과 완전한 평강을 맛본 첫 경험을 필두로, 말씀을 더 알고 싶다고 몸부림치며 밤낮으로 말씀을 읽고 또 읽으며 보냈던 2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보여주셨던 여러가지 꿈과 기도의 응답들이 그간 사용했던 기도 노트와 말씀 묵싱 노트에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주님과 동행한다 하면서도 간간이 풀리지 않아 조용히 맘 속에 담아두었던 신앙적 의문이나 기도들로 인해 헤매기도 했던 내게 작년 언젠가부터 인간의 실존, 유한한 삶에서 나타나는 여러가지 고통들, 내 안의 죄성, 인간 관계의 어려움, 재정적 결핍 등과 관련된 본질적 근원에 대해 서서히 알아져가고 있는 나를 살펴보면서 그간 내가 기록해 놓았던 대부분의 기도 응답들은 인간 삶 속에서 언제나 반복해서 나타날 수 있는 순간 순간의 문제들이 대부분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물론 이런 류의 기도제목과 응답들 역시 예수님께서 만지시고 해결해주신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문제를 해결해주신 예수님께만 집중하다보면 편안해졌을 때 내가 예수님과 관계할 필요가 없는 오직 내가 하나님되는 시간으로 변질되기 쉽다는 폐해도 있었다. 인간의 이런 단세포적 성향때문인지 사도 바울은 고난을 통해 하나님을 만나는 것을 유익이라고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 역시도 그래 왔으니.

 

내면으로는 하나님께 기도하며 결정해왔다 하면서도 실제로는 내 생각과 욕심으로 결정하고 실행하며 문제마다 해결해주시는 하나님께만 집중했지 나의 연약함을 돌보시며 나를 향해 사랑과 연민을 품은 하나님의 마음에 대해 간과해버린 사실을 그간 보관해왔던 노트를 통해 확인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함을 강함으로, 악함을 선함으로 변화시켜 역사하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여전히 주님 안에서 주님을 사모하며 살아오게 된 것에 깊히 감사드린다.

 

이러한 부족한 신앙생활을 해 오던 나에게 여러가지 일들이 발생하면서, 나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일해오셨던 하나님을 인식하게 되었고, 인생의 끝이라는 생각에 실망과 좌절, 괴로움에 허덕일 때 지금도 여전히 나를 빚고 계시다는 하나님을 뵙게 되면서 펄석 주저앉아 있던 무릎에 힘이 올라 다시 일어서는 용기가 생기게 되었다. 어느 날인가는 내가 품은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자꾸 엇나가며 힘들게 하는 어떤 이로 인해 괴로워 '주님~ 도와 주세요~' 요청할 때, 느닷없이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를 향해 힘겹게 걸어가시는 예수님과 함께 잡히신 예수님과 상관없다고 부정하는 베드로를 쳐다보시던 예수님의 눈이 확대된 화면으로 보여지면서, 그 때 예수님의 마음이 어떠했을까를 생각하게 하셨다. 아 그렇지. 옳고 그름을 논하지 말자. 그저 예수님의 마음을 따라가자.

 

옳고그름을 논하기로 하면 죄없으신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사건임에도 예수님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양처럼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고, 그를 고소하는 유대인들을 불쌍히 여겨 오히려 '하나님, 저들의 죄를 용서해주세요. 몰라서 그러는 것입니다'라고  기도하신 예수님. 그 후 스데반도 예수님의 마음을 갖고 주님과 같은  기도를 하며 주님의 길을 갔다. 이 경험 이후 내 안의 기도가 달라짐을 느낀다.

 

예수님의 품으심을 경험한 후, 나 역시 어느 새 상대를 품는 마음이 확장되는 것을 경험하고 있다. 상대가 죄를 지었다 해도 하나님 앞에서 여전히 죄인인 내가 그를 어찌 고소하랴.  여전히 내 안에서 나를 온전한 형상으로 빚고 계시는 주님과 문제 너머에 계시는 하나님으로 인해, 나 역시 예수님이 보여주신 연민과 사랑, 긍휼의 눈을 갖고 품을 수 있다면 갈등과 어려움의 상황에서도 내 마음을 지키고 일하시는 하나님을 차분히 기다릴 수 있을 것 같다. 혹여 갈등 문제가 당장 해결되지 않는다 해도 하나님이 생각하시는 가장 온전한 시간이 되면 친히 이루시는 은혜가 있지 않을까? 하나님은 나만 빚고 계신 것이 아니라 너와 우리 모두가 당신의 형상으로 회복되도록 더불어 빚고 계실테니까.

 

문제를 만날 때마다 그것이 해결되는 것에 집중해 기도하며 응답을 받는 것이 반복되었던 과거에는 내가 마치 돌길을 주행하는 자동차에 탄 것 같아 덜컹거리는 시간을 보냈다면, 예수님의 마음에 집중해 기도하는 시간을 갖는 지금은 돌길을 운전하고 간다해도 앞으로 되어질 일들에 대한 기대로 덜컹거림을 잊게 되었다고나 할까?

 

아무튼 이 땅을 딛고 사는 동안에는 누구에게나 올 수 있는 생로병사의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겠으나, 예수님의 마음을 품고 예수님처럼 살려고 애쓰다 보면 상황과 환경에 덜 요동하고 감사하며 믿음의 길을 갈 수 있겠다 싶다. 이런 고백을 할 수 있는 것은 예수님이 친히 내 연약함을 짊어지시고 과거로부터 지금, 그리고 미래까지 나와 동행하심을 지금은 온전히 신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으로 어쩌다 흔들리고 방황하게 되면 지금의 이 고백을 곁에 두고 다시 보며, 제자리로 돌아와 예수님의 제자로 묵묵히 걸어갈 수 있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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