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7

작은 배려, 큰 웃음

1주일 간 속이 좋지 않아 누워만 계셨던 구순 노모.병원에서 링거 맞고 오신 후 인절미 두 쪽 잡수시더니 느릿느릿 텃밭으로 나가신다. 고물고물한 증손주 둘이 노할머니를 따라 텃밭에 나와 마늘밭에 물도 주고, 흙 속의 지렁이가 나오라고 구멍을 낸다. 어느새, 텃밭 집사 남편은 노모의 최애 감나무에 텃밭 주인의 소원이 이루어지도록감이 많이 열리라고 기도하며 약 뿌리기를 마쳤고. 노모의 천국, 텃밭에는 주인이 편찮으셔도열심히 자라 정리해 줘야 할 채소들이 여럿이다. 지금은 쪽파와 부추를 정리할 때. ​여기 쪽파 캐서 가져가라~ 부추도 잘라줘야 하는데...예. 엄마...​먹을 수 있는 때를 놓쳐 버리게 될까 봐 노심초사하셨을 노모.채소 처리반(?)인 내가 오니, 얼마나 반가우셨을까?쭈그리고 앉아 쪽파를 뽑으신..

나만의 upcycling/recycling

헌 옷을 수선해 입는 것보다 새 옷을 구매해 입는 것이 훨씬 수월한 세상이지만조금만 손을 쓰면 입을 수 있는 것들을 버리는 게 영 마득찮아재주는 없지만 그저 놀이삼아 자르고 꿰매는 일을 해 오고 있다.​엄청난 지구사랑 광팬은 아니지만그래도, 내가 발을 딛고 사는 땅이 조금만 덜 신음할 수 있게, 내 자손들이 좀더 쾌적한 환경에서 숨쉬고 살게 해주고픈 나의 작은 배려다. ---------------------------------------------------------------------------------[ 겉감이 찢어졌을 때 ] ----------------------------------------------------------------------------------------------..

일상 속에서 2025.04.15

누룽지 호박죽. 뚝딱 조리

작년 가을, 엄마가 텃밭에서 수확해 형제들에게 1통씩 나눠주신 늙은 호박을 정리해 냉동해 놓았던 마지막 봉지를 꺼내서 호박죽을 만들었다.  사람마다 조리법이 다르지만, 나는 일정한 조리법을 따르지 않는 게 나의 조리 방법이라, 호박죽을 만들 때 찹쌀가루나 쌀가루가 없으면 찬밥이나 누룽지 등도 전분 재료로 사용하고, 기분에 따라서는 우유나 생크림을 넣어 조리하기도 한다. 이번에는 구수한 누룽지 호박죽을 만들기로 했다. 조리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다. 1. 냄비에 얼린 호박을 넣고 물을 자박하게 부어 호박이 부드럽게 익도록 10여 분간 끓인다. 2. 1)의 냄비에 누룽지 1인분을 넣고 2-3분 끓이면 호박물에 누룽지가 퍼진다3. 2)의 내용물을 도깨비방망이로 곱게 간다4. 혹시 내용물이 되면 물을 조금 넣..

갓 뿌리를 보다가...

엄마 집 뒤란의 돌짝밭에 야생 갓이 한창이다.작년 가을 어디선가 날라온 갓씨가 척박한 돌짝밭에 뿌리를 내려 겨울을 지내더니 봄이 오니 여리한 야생갓 잎을 예쁘게 키우고 있다.지금은 연한 열무 줄기 정도의 굵기인데 좀 더 놔두면 질겨질까 봐 얼른 캐서 갓김치나 갓나물로 조리하려고 호미와 칼을 들고 나섰다.그런데, 뿌리의 깊이와 굵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연장을 사용해 자르고 캐려는데 도무지 꿈쩍도 하지 않는다.한참 뿌리와 실랑이 끝에 몇 포기를 캤는데 뿌리의 굵기가 어마어마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한참을 들여다보다 돌짝밭같이 척박한 땅에서 버텨내려니, 억세고 투박했던 우리네 아버지의 손처럼 굵고 넓고 억센 뿌리로 자라 땅속 깊이 뻗어 자신의 사방에 갓 줄기가 새끼를 치며 적당한 향을 담고 예쁘게 자라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