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

미국에서 온 손주들의 특별한 설날

신실하심 2025. 2. 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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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전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온통 하얀 세상이 되어 있었다.

 

설을 쇠러 증조할머니댁으로 가야 하는데, 잠시 망설이다 천천히 가기로 했다.

2시간 여 만에 펑펑 내리는 눈보라를 뚫고 꼬맹이 손주 둘과 증조할머니 댁에 도착했다.
귀향객들이 많고 눈이 많이 와 운전 시간은 계속 늘어나 오시기로 한 종조할머니들(나의 동생들)이 도착하지 않아 손주들은 애꿎게도 나에게만 성화를 하다 한밤 중에 도착한 할머니들과 아쉬운 대로 마당에서 눈을 치우며 한바탕 놀았다.


설날 아침.
식구들은 떡국에 넣을 만두를 빚어, 각종 나물들과 나박김치, 갈비찜, 녹두전과 깻잎전 등으로 차려진 떡만둣국 아침상을 맛있게 먹었다.
 


이제는 세배할 순서.
손자와 손녀가 고운 한복을 차려 입고, 손녀는 증조할머니가 직접 수놓아 만들어주신 배시 댕기와 긴 머리댕기로 곱게 치장한 후, 어른들부터 차례로 증조할머니께 세배를 드리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드디어 자신들의 차례가 되어 어린이집에서 배운 대로 제대로 세배를 하였다. 기특한 녀석들...
덕분에 세뱃돈도 두둑이 챙겼다.ㅎ
 


드디어 눈놀이 타임.
애들은 ㅇㅈㄷ할머니와 마당에 나와 세 개의 크고 작은 바가지에 부삽으로 푼 눈들을 넣어 꼭꼭 눌러 반구를 만든 후 2개를 붙이는 방식으로 순식간에 큰 눈사람 세 개와 아기 눈사람을 수두룩 만들고 감나무 가지를 잘라 눈, 코, 입, 팔도 붙였다. 눈사람 삼남매란다. 또, 가끔은 폭신한 눈 위에 누워 하얀 세상을 느끼기도 하면서...

갑작스러운 폭설로 더러는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미국에서 온 손주 둘은 다시 경험하지 못할 특별한 설 명절을 보냈는지 연신 재미있는 날이라고 노래를 하였다.

어쩌면, 한국 나이로 94세 되시고 증손주가 12명이나 되는 나의 엄마이자 애들의 증조할머니께서도 증손주 대표로 설날을 함께 보낸 꼬맹이들과 여기저기 흩어져 사는 5남매 중 세 집이 함께 모여 설을 쇤 덕에 또 한 살 많아지는 자신의 늙음이 그리 서글프지 않으셨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4대가 함께 보낸 을사년 설날이 특별하게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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