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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1주일 전.
남편과 둘만 가던 시부모님 산소에 증손주 둘을 대동하고 길을 나섰다.
요즘 '관계'에 관심이 많은 손녀가 노할아버지의 산소에 다녀오자 하니 '할아버지의 아빠인지, 할머니의 아빠인지'를 묻는다. 에구 똑똑해라.
옆에 있던 손자는 나도 노할아버지 보고 싶다고 추썩대는데, 막상 올라와 보니 뚜껑도 없고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만나냐며 또 지지굴댄다.
산소 앞에서 기도하고 내려와 주차장으로 가는 길. 길가의 밤나무에서 떨어진 밤송이가 터져 튀어나온 알밤을 발견한 아이들이 줍느라 정신이 없다. 전날, 어린이집 주변에서 밤을 주워 온 경험이 있어 누나는 발로 밤송이를 밟아 구멍을 내면 아우는 속의 알밤을 꺼내는데 제법 합이 맞는다.
모기 붙지 말라고 몸에 퇴치제를 바른 탓인지, 가렵다 소리 없이 알밤 줍기에 여념이 없는 꼬맹이들을 겨우 달래 주차한 곳으로 가는데 이번에는 '개구리'가 나타났다. 산에서 내려오는 졸졸 시냇물 속에서 폴짝폴짝 뛰다 헤엄치고, 다시 풀밭에 나와 숨고 또 뛰는 개구리들에 정신이 팔려 도무지 움직일 생각이 없다.
이렇게 아이들과 다니면, 생각지도 못한 볼거리에 어른들은 맘이 급하지만, 애들 입장에서는 얼마나 즐거운 깜짝 놀이이겠나!
덕분에 그날은 아이들에게는 노할아버지께도 인사드리고 또 자연 놀이도 한, '님도 보고 뽕도 딴 수지맞은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