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으로 ~

1일 1응가

신실하심 2024. 5. 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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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손녀와 생활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새로운 음식 먹이기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계란도 싫어하고, 생선도 갈치살과 삼치살만 먹고, 고기에는 영 관심이 없는 데다, 구운 김에 싸서 먹는 밥도 그다지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칼국수나 파스타는 잘 먹지만 늘 면만 먹일 수도 없고, 반찬이 없으면 밥만 먹기도 해 고민이 많았는데, 같이 생활한 지 2달이 넘은 지금 놀라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

 

우선, 결코 먹을 생각도 않던 딸기는 폭풍 먹방을 찍어도 될 정도이고, 포도나 오렌지도 껍질을 벗기지 않고 먹게 되었으며, 계란을 넣은 김밥도 1줄을 먹고, 심지어 콩나물 대가리만 먹던 아이가 지금은 콩나물에 생선살, 시금치, 당근, 생오이채, 김가루를 뿌려주면 간장과 참기름으로 비벼 한 사발을 먹는다. 더구나, 고기는 입에 대지 않던 아이가 상추에 구운 고기를 싸서 먹기 시작했고, 냉면은 거의 어른 수준으로 먹게 되었다.

 

얼마 전, 사촌 언니들과 며칠 지내는 동안, 입에도 대지 않던 단무지, 게살, 어묵이 들어 있는 김밥 한 줄을 언니들과 뚝딱 먹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요새는 치킨햄버거도 1개는 거뜬히 먹고, 칼국수에 들어있는 조개살도 몇 개 정도는 먹게 되었으며, 특히 어제는 냄새조차 싫어했던 소불고기를 다른 채소들과 함께 밥에 넣어 비벼서 맛있게 먹었다.

 

처음에는 편식이 심해서 본인이 먹는 것 위주로 음식을 차리다가, 지금은 유치원 선생님과도 소통하고, 영상을 통해 이해시키기도 하며, 여럿이 함께 먹는 식사의 경험 등을 통해 웬만하면 먹을 생각도 하지 않았던 재료의 반찬도 함께 놓고 칭찬과 격려, 본인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같은 식사 후 상급 등을 이용해 아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의 범위를 열심히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덕분에, 늘 약을 먹여 해결했던 변비가 사라져 1일 1응가를 하게 되었고, 응가 시간도 짦아져서 배 아프다고 화장실로 달려가면 바로 나오는 쾌거(???)를 이뤘으며 두어 달 새에 몸무게가 1kg 이상 늘어났다. 

 

대학교 영양 선생 그만둔 지가 벌써 5년이 넘었는데, 70이 다 되어 다시 꼬맹이 영양 선생 실습을 하고 있는 지금. 어쩌면 영양 선생이 나의 사명인지, 손녀의 평생 건강 기초를 닦아준다 생각하고 지치지 않고 잘 보살피겠다 맘을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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