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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이 가신 9월 이후, 엄마 집 텃밭의 주인공이 고구마에서 무로 교체가 되었다.
밭에 무 모종 하나씩 심는 이웃에 반해, 엄마는 무씨를 뿌려 배추 김장을 하기 전까지 솎은 무청으로 몇 차례 무청 김치를 담가 먹는 것을 선호하시는데, 마침, 추석 전 주에 동생이 내려와 어린 열무만큼 자란 무청을 솎아 풋고추와 배를 갈아서 담백한 파란 물김치를 함께 담갔다.
엄마의 기력이 작년만 못하신듯 한데도 텃밭 채소를 대하는 자세는 여전히 열정적이셔서 엄마의 마음이 가는 대로 내 몸을 조금 더 움직이자 맘을 먹고 있는데, 하늘이 내리는 물과 땅이 내는 양분을 먹고 쑥쑥 자라는 무를 지근거리에서 보면서 살뜰하게 조리해 맛있는 청정 음식으로 먹을 수 있는 건 경이로운 텃밭 생활이 베푼 은총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