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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기온이 여전히 30도를 웃도는데도 텃밭 시계는 가을을 향해 달려, 8월까지 호박 넝쿨로 가득 찼던 호박밭이 9월 초 말끔한 무밭과 골파밭으로 바뀌었다.
물론, 거저 된 것은 아니고 엄마와 남편, 나의 땀방울 한 광주리 정도가 쏟아진 후에 만들어진 새 밭으로, 엄마도 혼자 하실 엄두를 못 내시지만, 사실 우리도 엄마 없이는 할 수 없는 고강도(?) 정리 끝에 만들어진 땀밭이다.
여름 내내 호박을 만들어내던 이 밭에서 이제는 가을부터 초겨울 무를 뽑을 때까지 열심히 솎고 다듬어 나물부터 김치까지 자꾸자꾸 만들 시간이 다가온다.
무청이 자라면서 더위도 점차 수그러들테니, 텃밭의 변신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텃밭 시계만큼 정확한 세월 시계가 세상 어디에도 없는 듯한데, 밭을 가꾸는 일은 힘이 들지만, 금방 뜯은 여린 무청으로 조리한 나물이나 김치는 고단함을 상쇄시킬 만큼 세상 어디에도 없는 포기할 수 없는 음식이라, 엄마의 이끄심에 따라 지난 주말도 열심히 2023년도 표 무밭을 조성하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