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가 수상하다. 청명해야 할 5월에 비바람이 불고 우박도 떨어진다. 추워서 바깥나들이를 하려면 긴 팔 옷 하나 정도 챙기는 것은 필수가 되었다.
국가 간 탄소 중립이라는 묵직한 명제를 해결하려는 논의가 활발하게 오가지만 정작 그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들이 체득하기에는 미미한 듯하고.
2050년 경이면 지금과 사뭇 다른 환경에 살게 된다는 경고의 메세지도 여기저기에서 들려오지만 소시민들에게는 여전히 울리는 꽹과리 소리 같기만 하다.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넘쳐 나는 세상.
한쪽에서는 만들고, 또 다른 곳에서는 버리고 또 사고... 이렇게 버려지는 것들은 어디로 갈까?
한쪽에서 생각 없이 버리는 것들이 다른 쪽에 큰 피해를 안긴다는 사실보다 내게 더 강력한 메시지는 '먹을 수 있는 것이나 쓸 수 있는 것을 버리는 건 죄다'라고 하신 엄마의 말씀이다.
그래서 청바지 업사이클링을 하기 시작했더니 주변에서 입기엔 낡거나 작아졌는데 또 버리기엔 아쉬운 청바지들을 주섬주섬 챙겨 보내주신다. 청바지를 해체해 허리띠, 주머니 등 대부분의 부속품까지 모두 사용해 물건을 만드는데, 이번에는 청바지 한 개로 크로스백 2가지와 휴지 케이스 한 개(그 위에 수를 놓은 분은 92세 엄마)를 만들었다.
업(業)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더디기는 해도 이 과정을 통해 지구가 쓰레기장으로 변하는 시간을 아주 아주 조금 늦추는데 일조했다는 나름의 자부심이 생겨 뿌듯한 마음도 들지만, 다음 세대를 생각하면 덜 버리고 더 오래 쓰는 세상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문득 드는 걸 보니 내가 나이가 들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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