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텃밭, 감사 그리고 흔적들

아카시아꽃 청(淸)

신실하심 2022. 5. 22.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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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엄마와 함께 아카시아꽃을 땄는데, 이젠 허리가 많이 굽으셔서 꽃 채취는 하지 못하시는 엄마.

 

그래도, 엄마의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하는데 이만한 것도 없어 아카시아꽃이 만개하는 5월 초쯤 되면 어디에서 아카시아꽃을 따나 두리번거리게 된다.

 

올해는 손녀들과 엄마집 앞의 아카시아꽃을 비닐봉지 가득 따 엄마께 드렸더니 입가에 미소가 한가득 번진다.

 

아카시아꽃을 따면서 엄마의 어릴 적 얘기를 듣는 재미도 있지만, 현재의 늙음을 잊고 당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노모의 모습이 싱그러워 관찰자로서 여간 흐뭇한 게 아니다.

 

엄마가 그간 따온 아카시아꽃으로 버무리를 해서 먹었는데, 이번에는 아카시아꽃 청(淸)을 만드시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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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방법]

1. 채취한 꽃을 정리한다

2. 깨끗이 물에 씻어 채반에 건져 물기를 없앤다.

3. 큰 병에 물기가 걷힌 아카시아꽃을 넣고 설탕(비율은 1:1)을 부어 밀봉한 후 서늘한 곳에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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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후, 엄마 집에 가자마자 아카시아꽃 청(淸)부터 보니, 위에 부은 설탕이 아직 녹지는 않았는데, 맨 밑바닥의 액상 색이 마치 아카시아꿀의 색과 동일하다. 우왕~신통방통...

 

엄마가 동네 할머니에게 듣고 처음 만드신 건데, 벌이 만든 아카시아꿀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아카시아꿀(?)을 맛보게 생겼다. 사양꿀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어 갑자기 아카시아꽃 청(淸)의 맛이 엄청 궁금해졌다. 

 

이처럼 엄마와 함께 하는 것은 추억을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때때로 도시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이런 류의 것들을 얻는 순전한 덤이자 행복한 보너스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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