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손녀들과 엄마 집을 방문했다.
증조할머니 집이 익숙한 세 아이들이 사방으로 흩어진다.
1번 손녀는 노할먼 네 집에 입양 보낸 행운목에 핀 꽃을 보러 현관으로 올라가고, 벌레를 좋아하는 2번 손녀는 얼른 장독대 옆 벽돌 받침 있는 곳으로 가 벽돌을 들춘다. 어둡고 축축한 곳에 돔벌레가 많다는 걸 이미 알기 때문이다. 3번은 어디갔나 했더니 어느새 텃밭 한쪽 양지바른 곳에 터를 잡은 산딸기 밭에 있다.
할머니~ 벌레 넣을 그릇 주세요~
할머니~ 산딸기 따요~ 여기 왕산딸기 있어요~ 먹어도 돼요?~~~ 그릇 주세요~~~
그릇에 벌레를 몇 마리 집어넣고 흙 조금, 산딸기 몇 개, 화분에서 뜯은 이파리와 꽃잎 등을 넣어주고 벌레 움직임을 관찰하는 1, 2번 손녀. 할머니~ 얘네들 목마를 것 같아요~ 물 줘야겠어요~ 그래그래~ 물 조금 줘봐~
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에 세 손녀들의 요구에 덩달아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점심 먹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 앞 아카시아나무에 달린 아카시아꽃을 땄다. 예전 같으면 사람들이 벌써 따갔을 꽃들이 사방에 가득하다.
얘들아~ 할머니 어렸을 땐 아카시아꽃을 따서 그냥 먹기도 했어~ 잎은 가위바위보 하며 떼고 놀았고~
옆에서 남편이 어떻게 먹는지 시범을 보이니, 애들도 꽃잎 하나 먹어본다.
달콤한 맛 느껴져?
할머니~ 그냥 나뭇잎 맛이에요~ 3번 손녀 말이다.ㅎㅎㅎ
아닌데... 단맛 조금 나는데~~ 2번 손녀 말.
할머니~ 이거 꽃잎 떼고 암술과 수술 있는 쪽을 거꾸로 빨면 달콤한 맛이 느껴져요~~~ 빙고!!! 3학년짜리 1번 손녀 말.
집안에 장난감이 많아 밖에 나오지 않아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놀 수 있는 시대이지만, 자연이 주는 야생 놀이도 엄청 재미있다는 것을 손녀들이 충분히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오늘은 엄마의 텃밭이 증손주들의 야생 놀이터가 되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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